31. 시간의 주름에 붙은 메모지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31. 시간의 주름에 붙은 메모지
벽에 걸린 오래된 시계는
한 번도 시간을 정확히 가리킨 적이 없다.
그 시계 뒤, 접힌 벽지 틈에
누군가 붙여 둔 메모지가 있었다.
"잊지 마. 이 시간은 너의 것이야."
그 글씨는 희미했고
시간의 주름처럼 구겨져 있었지만
나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치 주름진 세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플릭시아에서는
시간은 직선이 아니었다.
어쩌면 원도, 나선도 아닌
손으로 접은 종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주름이었다.
그리고 그 주름 하나하나마다
우리의 기억과 감정과 말들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네가 남긴 메모를 떼어내며
묻고 싶었다.
"이건 우리 중 누구의 시간인가요?"
주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위에 붙은 메모지는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