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스펙트럼의 맨 끝에서 잠든 이름
[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32. 스펙트럼의 맨 끝에서 잠든 이름
플릭시아의 하늘에는 색이 없었다.
혹은,
인간의 눈이 볼 수 없는 스펙트럼에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지개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라지는
그 첫 파장의 진동을 느꼈다.
모든 언어가 침묵으로 전환되는 그곳,
빛의 가장자리에서
어떤 이름 하나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이름은
불린 적 없고,
기록된 적도 없으며,
다만 빛의 틈 사이에 잠겨 있었다.
이따금 플릭시아의 새벽은
스펙트럼의 끝자락을 불러낸다.
이름 없는 이들이
잠시 깨어나 자신의 진동을 증명하는 시간.
그리고 다시,
색 없는 세상 속으로
그 이름은 파동처럼 사라져 간다.
나는 그 맨 끝에서
처음으로 네 이름을 속삭였고
그 순간,
플릭시아 전체가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