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편: 잊혀진 날들의 서재
[파라다이스]
제14편: 잊혀진 날들의 서재
별빛 미로를 지나 도달한 그들은, 새로운 차원의 문 앞에 선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며 문을 감싸고 있었다.
그곳에 새겨진 단 한 줄의 문구.
> “기억하지 못한 자는, 영원을 잃는다.”
아리엘과 이벨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무한히 펼쳐진 고서들의 바다.
책들은 살아있는 듯 웅성이고, 속삭이며,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을 ‘잊혀진 날들의 서재’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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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기억이 아니야. 그런데 익숙해…”
이벨린이 한 책을 펼쳐들며 중얼거렸다.
책 속에는 그녀가 태어나기 전 세상의 기록이, 마치 그녀가 직접 체험한 듯 생생하게 적혀 있었다.
거대한 폭풍, 우주적 전쟁, 그리고 태초의 연인들이 남긴 시들지 않는 약속.
아리엘 역시 한 권의 책을 펼친다.
그 속에는 미래의 어느 날,
그가 이벨린의 손을 놓고 파라다이스를 지키기 위해 혼자 남는 장면이 쓰여 있었다.
“이건… 아직 오지 않은 일인데…”
이윽고 책들은 그들 주위를 선회하며 날기 시작했고,
하나로 모여 ‘대서(大書)’가 되었다.
책등에 새겨진 문장.
> “모든 파라다이스는 잊힌 이름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고, 바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우리가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이곳은 기억과 현실 사이의 경계야!”
이벨린이 소리친다.
“하지만 이곳에서 우리가 잊은 것을 찾아야 해.”
아리엘은 손을 뻗어 한 권의 검은 책을 붙잡는다.
그 순간, 그의 이마에 뜨거운 문양이 새겨진다.
— 그건 바로, 파라다이스의 열쇠.
오직 모든 시간의 기억을 통과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권한.
문이 닫히기 전, 두 사람은 다시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리고 기억한다.
아직 찾지 못한 파라다이스는 바로 **‘마지막 기억의 주인’**이 깨어날 때 열릴 것임을.
그 이름은 아직 책에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 중 하나가 되어야 할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