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제15편: 시간의 파수꾼

by FortelinaAurea Lee레아

[파라다이스]

제15편: 시간의 파수꾼


혼돈의 틈에서 벗어난 아리엘과 이벨린은 ‘서재’에서 발견한 검은 책과 함께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온다.

그곳은 고요하다. 숨소리도, 바람도, 그림자조차 멈춰 있는 듯한 공간.

세상의 심장처럼, 모든 시간이 뿌리내린 중심 — ‘크로노스의 방’이었다.


이곳에는 단 한 존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인간도, 신도 아니었다.

시간 그 자체, 시간의 파수꾼이었다.


그의 눈은 무한히 깊었고, 그의 손목에서는 시곗바늘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아리엘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 “너는 과거를 꿰뚫었고, 미래의 문을 본 자다. 이제 시간을 지킬 자격이 있는가?”




아리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본 미래 속에는 파라다이스의 소멸과, 이벨린의 눈물, 그리고 자신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우리를 부른 거죠?”

이벨린이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검은 책이 들려 있었다.


파수꾼은 손을 들어 책을 가리켰다.


> “그 책은 시간 밖에서 쓰인 유일한 이야기. 아직 아무도 쓰지 않았지만,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지.

그 책을 열면… 네가 누군지 알게 될 것이다.”




이벨린이 책을 펼치려는 순간, 파수꾼의 시계가 멈췄다.


“시간이… 정지하고 있어요.”

아리엘이 중얼였다.


그와 동시에, 세상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말라버린 꽃이 피어나고, 꺼진 별이 다시 타오른다.

죽은 기억이 되살아나며, 잊힌 존재들이 그들의 이름을 속삭인다.


그들은 하나의 진실을 깨닫는다.


> 파라다이스는 미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다시 쓰여야만 하는 과거라는 것.




파수꾼은 마지막으로 말한다.


“이제 너희가 시간의 수호자가 된다.

이 책을 완성하려면, 너희가 잊은 파라다이스를 사랑으로 다시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 파수꾼은 사라지고,

두 사람의 손에, 새로운 시계 하나씩이 쥐어졌다.


시계의 바늘은 단 하나의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 서로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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