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편: 금단의 정원
[파라다이스]
제18편 : 호르투스 콘클루수스(Hortus Conclusus)
― 금단의 정원 ―
---
어느 날, 무너진 도시의 폐허 속에서
그녀는 눈을 떴다.
빛 한 줄기 없는 회색 안개.
그곳은 호르투스 콘클루수스,
폐쇄된 정원이라 불리는 세계였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공간은 멈춰 있었다.
정원은 정적 속에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 에리다, 잊힌 파라다이스의 마지막 기억을 품은 존재.
---
“파라다이스는 왜 항상 폐쇄되는가?”
누군가 물었다.
검은 정복을 입은 남자, 이름은 라이엘.
그는 자신이 이 세계를 구할 자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찾고자 하는 파라다이스는
지금 그가 선 자리, 폐허 위에 반쯤 열린 철문 너머에 있었다.
---
“우린 이 정원을 열 수 없어.
왜냐면… 이곳은 닫힘으로써 존재하니까.”
에리다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슬픔과 사랑, 분노와 포기,
그 모든 감정이 층층이 겹쳐져 있었다.
라이엘은 벽을 바라봤다.
그 위에는 마치 누군가가 피로 쓴 듯한 문장이 남겨져 있었다.
> “정원은 모든 것을 품지만,
그리움만은 내보내지 않는다.”
---
과거,
이 정원은 수도원이었다.
더 오래 전, 그것은 별의 무덤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것은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공간적 틈이었다.
에리다는 말했다.
> “당신이 찾는 낙원은 현실이 아닌 개념이야.
그리고 그 개념은 지금…
사유화되었어.”
라이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알고 있었다.
정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는 걸.
심지어 파라다이스조차 기억하는 자에게만 드러난다는 걸.
---
바로 그때,
하늘이 갈라졌다.
하얀 새와 검은 새가 미로처럼 엉킨 채 날아올랐고,
하늘은 울부짖듯이 외쳤다.
> “열망은 폐쇄를 부른다.”
“사랑은 소유가 될 때 타락한다.”
“파라다이스는 열리지 않는다.
스스로 닫히기 전까진.”
---
정원은 스스로를 닫았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에리다와 라이엘은
그 문 앞에서 마지막 입맞춤을 나눴다.
“기억해 줘. 이곳이 존재했다는 걸.”
“너도. 내가 널 사랑했다는 걸.”
그리고 문은 닫혔다.
파라다이스는 사라졌다.
그들의 눈물과 함께,
그리움과 함께.
---
그 후,
어느 별의 한 도시 중심.
단지형 아파트 안의 작은 공원.
그곳에 한 아이가 붉은 꽃을 심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에리엘.
그 꽃의 이름은,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