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제19편: 미로의 별

by FortelinaAurea Lee레아

[파라다이스]


제19편 : 미로의 별

― 별은 길을 잃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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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바라보던 에리엘은

자신이 심은 파라다이스 꽃이

어느 순간부터 빛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단지 꽃이 아니었다.

그건 누군가의 기억이었고,

누군가의 미로에서 길을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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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직선으로 빛나지 않아.

별은, 언제나 미로야.”


누군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공기 속을 떠돌다

에리엘의 가슴에 박혔다.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 안에

하나의 별자리가 떠올랐다.

호르투스 자리.

잊힌 정원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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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엘은 걷기 시작했다.

꽃에서 꽃으로,

기억에서 기억으로.

그녀가 디디는 땅마다 문이 열렸다.

시간의 문, 장소의 문, 감정의 문.


문마다 과거의 파편들이 흘러나왔다.

라이엘의 칼날, 에리다의 눈물,

낡은 수도원의 기도소리,

아파트 단지의 CCTV 화면 속 춤추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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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는 찾는 자에게는 미로고,

잊은 자에게는 폐허다.”


이 문장은 그녀의 등 뒤에 붙은 그림자,

미로의 별이 말했다.


그건 인간이 만든 것 같지 않았다.

우주 너머에서 온, 기억의 조각이었다.

말하는 별.

방황하는 빛.

길을 잃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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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엘은 어느 낡은 문 앞에 멈춰 섰다.

문 위엔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 “여기서 돌아가면, 너는 평범한 사람이 된다.”

“계속 나아가면, 네 이름조차 지워진다.”




에리엘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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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엔

“에리엘?”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어린 시절 상상하던 친구의 목소리였다.

하늘색 외투를 입은 소년.

미소 지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누구야?”

“나는 너의 기억이야.

파라다이스가 처음 시작된 순간,

너 안에 심긴 별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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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정원이 다시 열렸다.

별들은 하나의 형태로 연결되었다.

미로는 더 이상 헤매는 공간이 아닌,

기억을 되짚는 지도가 되었다.


에리엘은 달렸다.

달려서 도착한 그곳엔

붉은 꽃으로 덮인 정원이 있었고,

정원 한복판에서

에리다와 라이엘이 조용히 손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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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잊혀질 때 사라지는 게 아니야.”

“기억은, 누군가 다시 길을 찾아올 때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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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엘의 눈에서

한 줄기 빛이 흘렀다.

그 빛은 밤하늘로 뻗어 올라

한 송이 별이 되었다.


그 별의 이름은

미로였다.

그리고 그 별은

지금도 길 잃은 누군가에게

은밀히 속삭인다.


> “그대가 그리워하는 곳,

바로 그곳이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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