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편: 무重力의 그대
[파라다이스]
제20편 : 무重力의 그대
― 사랑은, 중력이 없는 곳에서 더 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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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날아오르기를 원했다.
날개 없이, 연료 없이,
다만 사랑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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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엘은 더 이상 걷지 않았다.
그녀는 떠다녔다.
공중에 발끝이 닿지 않자
무언가가 속삭였다.
> “너는 지금, 기억의 밀도를 벗어난 거야.”
무重力의 세계.
그곳은 아무도 붙잡지 않는 공간이었다.
무수한 이름들이 그곳을 지나갔다.
붙잡지 않았기에, 사라지지 않았고
잊지 않았기에, 떠내려가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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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라이엘이 있었다.
시간을 되감는 손목시계를 들고.
그는 웃었다.
> “무重력에서는 누구든 진실해져.
너도, 나도. 우리도.”
에리엘은 천천히 돌았다.
머리카락이 공기 속에서 떠올랐다.
몸이 가벼워질수록,
마음은 무겁게 그를 향해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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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파라다이스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그녀는 그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의 눈물이 떠오르지 않고
공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중력이 없는 세계에서조차,
눈물은 무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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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나를 잊는다고 믿었어.”
“나는 네가 날 기억한다고 믿었지.”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
“그래서 널 떠났어.”
말과 말이
마주 보고 흩어졌다.
무重力 속에서,
감정은 떨어지지 않는 눈처럼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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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아무 말 없이 떠다녔다.
그러다 이내 입을 맞췄다.
그건 감정이 아닌, 균형의 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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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별 하나가 터지듯 빛났다.
파라다이스의 미로가
새로운 입구를 열었다.
그 이름은…
“回廊(회랑)”
돌고 도는 복도의 세계.
그 안엔 과거도 미래도
다시 피어나는 사랑의 중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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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게를 가진 채로
너를 안을 수 있을까?”
“그땐 우리가 하나였다는 걸,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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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에리엘과 라이엘은
빛 속으로
중력 속으로
현실이라는 가장 무거운 세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둘만은
여전히
서로의 무重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