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제17편: 잊혀진 낙원

by FortelinaAurea Lee레아

[파라다이스]

제17편: 잊혀진 낙원


그들은 추락했다.

끝이 없는 빛의 나락.

아리엘과 이벨린은 손을 꼭 잡은 채, 그 무중력의 세계를 빠져나온다.


눈을 떴을 때,

그들 앞엔 익숙하지만 이상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어릴 적 꿈에서 보았던 낙원이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고 투명했다 —

기억의 잔해로 만들어진 세계.


길은 없고, 길은 스스로 만들어졌다.

그들이 발을 딛는 순간마다, 그 아래 땅이 생겨났고

그들이 멈추면, 세계는 흔들렸다.


“이곳은… 우리 기억의 조각이야.”

이벨린이 말했다.

“여기선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없어.”


저 멀리에는 웃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고,

바람결엔 아리엘의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가 실려 왔다.

하지만 그 자장가는 점점 왜곡되어

이내 싸이렌처럼 울부짖기 시작한다.


아리엘이 귀를 막았다.

“여기 오래 있으면… 우리도 잊혀지겠어.”


그때,

잔해들 사이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의 눈은 사막처럼 말라 있었고,

등 뒤로 검은 날개가 부서져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이벨린이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에리다.

한때 이곳의 수호자였고,

지금은 파라다이스를 잊은 자.”


에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 “이곳에 들어왔다는 건,

너희 역시 잊히기 시작했다는 증거야.

기억을 잃기 전에 빨리 나가.

아니면, 너희도 이 낙원의 일부가 되어버릴 거야.”




하지만 그 순간,

이벨린의 기억에서 무언가 끊어졌다.

아리엘의 얼굴이 흐려지고,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 이 사람… 누구였지…?”


아리엘은 깜짝 놀라 이벨린을 붙잡지만,

이벨린의 눈빛엔 낯선 감정만 맴돌고 있었다.


그들은 깨달았다.

이곳은 사랑조차 지워버리는 낙원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안온해서…

모든 고통을 잊게 하지만, 결국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장소.


그리고 마침내,

아리엘은 속삭였다.


> “우리… 아플지라도, 기억하자.

잊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죽음이야.”




그 말에, 이벨린의 눈에 한 방울의 눈물이 맺히며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너희는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손을 뻗어,

다음 낙원의 문을 열었다.

그 문 너머엔 검은 숲과 붉은 별,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또 다른 존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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