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분실된 시간의 조율자
34. 분실된 시간의 조율자
플릭시아의 하늘은 늘 일정한 속도로 흐르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침이 하루를 삼켰고, 어떤 날은 해가 열두 번이나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시간은 무너진 시계처럼 제멋대로였고, 그것을 바로잡는 존재가 필요했다.
그를 사람들은 ‘조율자’라 불렀다.
그는 나이를 먹지 않았고, 늙지도 않았다. 단지 시간이 잃어버린 균형만을 감지하고, 틀어진 틈을 꿰매는 바늘 같은 존재였다. 바늘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끝에서 흐르던 실은 가끔씩 우리의 눈에 포착되곤 했다. 가령 누군가 문득 오래된 기억을 떠올릴 때, 또는 어떤 이가 아무 이유 없이 슬픔에 잠길 때—그건 아마 조율자가 지나간 자리였다.
나는 우연히 그를 마주친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정오의 도서관, 균열 난 창 사이로 들어온 빛 속에서 그는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도 책을 읽고 있었다.
“왜 시간은 잃어버리는 걸까요?”
내가 물었고, 그는 미소도 아닌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간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너무 깊이 이해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가 떠난 후, 책상 위에는 조율된 듯 완벽한 ‘어제’가 놓여 있었다. 어제의 온기, 어제의 향기, 어제의 후회.
플릭시아에서 시간은 시계가 아닌 기억으로 흐른다.
그리고 잊힌 기억마다, 그 조율자의 손길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