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35. 잊힌 이름의 정원

by FortelinaAurea Lee레아

35. 잊힌 이름의 정원


플릭시아의 가장자리, 시간도 말을 멈춘 어느 끝자락에는 **‘이름의 정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흔한 정원이 아니었다.

이곳에 피어나는 꽃들은 잊힌 이름들로 자라났다.

누군가의 입에서 마지막으로 불린 순간, 그 이름은 씨앗이 되어 이 정원으로 흘러들었다.


이름이란 기억의 첫 줄이고, 존재의 마지막 선이었다.

그러나 이곳의 이름들은 누구에게도 불리지 않기에, 꽃들은 소리 없이 피고, 소리 없이 졌다.

향기롭지만 쓸쓸했고, 아름답지만 슬펐다.


나는 그 정원의 관리인을 만났다.

그녀는 이름 없는 존재였다.

"당신의 이름은?" 하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오래전에 내 이름을 여기에 심었어요.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이 정원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죠.”


그녀는 손끝으로 한 송이의 꽃을 가리켰다.

작고 파란 꽃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의 입에서 마지막으로 불린 이름이었다.


“이건 당신의 이름이에요.”


나는 숨을 멈췄다. 그 이름이 내 안에서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침묵으로 되뇌었다.


[ ··· ]


그러자 꽃잎이 가볍게 떨렸다. 마치 ‘나는 아직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플릭시아의 언어는 잊히지 않기 위해 잊혀야 했다.

그리고 그 잊힘 속에서, 우리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이전 28화[또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