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42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42장 — 기억의 균열, 존재의 틈

세란은 빛의 파편이 된 공간 한복판에서 서 있었다.
마치 우주의 심장 속에 들어온 것처럼, 사방은 검은 진공과 은색의 섬광이 교차하며 울고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보이지만, 동시에 새로이 태어나고 있었다.

그가 선택한 ‘재구성’은 단순한 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을 기반으로 한 현실의 재해석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실체가 되어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기억하지 못한 것들은 점차 붕괴하며 저 너머의 어둠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의 의식 한 켠에서 미세하게 울려오는 목소리 하나.

“세란, 이건 너만의 선택이 아니야.”

그 목소리는, 오래전 사라졌다고 믿었던 동료 '하란'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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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란의 귀환

한때 함께 싸우며 우주전선에서 어깨를 맞댔던 하란.
그는 세란의 최측근이자, 그 누구보다도 세란의 내면을 잘 아는 이였다.
그러나 전투 중 실종되었고, 모두가 그를 ‘잃었다’고 단정 지었다.

그런 하란이, 현실의 틈을 찢고 세란 앞에 나타났다.
이제는 기계화된 육체, 기억의 일부를 잃은 채.
그러나 눈빛만큼은, 예전의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세란, 이건 너의 심연에서 만들어낸 환영이 아니다.
나는…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널 막으러 왔다.”

세란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하란을 ‘창조’ 하지 않았다.
이건 자율적 존재—세란의 기억을 넘어선, 외부의 개입이었다.

“너도 알잖아. 우리가 존재하는 이 차원의 규칙을.
기억이 현실을 규정하지만, 기억되지 않은 것 역시 무언가로 남아.”

하란은 그의 무장을 해제하며 걸어왔다.
그의 등 뒤엔 낯선 이들이 서 있었다.
모두 세란의 기억에 없던 이들.
감염자이자, 기억의 거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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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염자들의 명확한 존재

세란은 느꼈다.
그들은 단순히 바이러스적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기억의 틈에서 태어난 자들이었다.

그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
기억에서 지운 인연.
그가 외면한 과거의 ‘만일’을 품고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우리는 너의 그림자야, 세란.
너는 선택했고, 우린 버려졌지.
이제 그 대가를 받을 시간이야.”

그들 중 하나가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냉정했다.
“세상을 네 의지대로 재편한다는 건,
버려진 기억들도 파괴된다는 뜻이니까.”

세란의 손끝에서 다시금 파동이 일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의 의지가 흔들렸다.
그는 모두를 구원하려 했지만,
그 ‘모두’의 정의에 포함되지 못한 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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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균열 속의 감정, 그리고 아린

멀리서 지켜보던 아린이 그 틈을 가르고 달려왔다.
그녀는 손에 오래된 펜던트를 들고 있었다.
세란이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와 하란이 함께 만들었던 유년기의 유물.

“세란, 그건 기억에서 지울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의 과거, 우리의 실수, 우리의 실패—
그것마저 네 안의 진짜야.”

그녀의 눈엔 분노가 아닌,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의 부활을 기뻐했지만,
지금의 세란은 마치 신이 되어버린 존재 같았다.
모두를 위해 선택한다는 그 오만함이
아린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너는 항상 나보다 앞섰고, 나는 네가 가는 길을 따라갔어.
하지만 이건 따라가고 싶지 않아.”

세란은 그 말을 듣고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내면에서, 오래도록 잠들었던 '인간'의 감정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버리고자 했던 것들—슬픔, 분노, 사랑—그 모든 것이 아린의 눈동자에 응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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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존재의 경계선에서

하란이 칼을 꺼냈다.
그것은 현실을 자르는 검.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것마저도 파괴할 수 있는 무기였다.

“세란, 넌 선택해야 해.
이 세계를 계속 편집하고 바꿔나갈지,
아니면, 너 역시 이 세계의 일부로 돌아갈지.”

세란의 눈앞에서, 그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했다.
하란과 아린은 현실의 고리였다.
감염자들은 망각의 그림자였고,
그 자신은 그 모든 것의 중심이었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손끝에서 파장이 아닌, 숨결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내가 신이 되려 한 건,
사람이었을 때 너무 약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지금, 내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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