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4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44장 — 정합기억사령부


1. 정보의 전장


우주의 잔해를 뒤덮은 것은 포화가 아니었다.

정합기억사령부의 무기는 기억 해킹 드론이었다.

그들은 함선을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전투 중인 전사들의 기억을 침투해,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자아를 해체시키려 했다.


아린이 먼저 대응했다.

그녀는 중추 서버의 연결을 끊고, 아날로그 방식의 신경 동기화망을 구축했다.


"디지털로 조작된 기억은 진짜가 아니야.

하지만 감정은, 몸에 새겨진 진실은 절대 왜곡할 수 없어."


그녀는 세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당신이 틀렸다고 생각했던 그 선택들—그건, 당신이 살아온 증거야.

지금 이 싸움은, 우리가 존재해 왔음을 증명하는 싸움이야."


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조작된 이야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우리를 잊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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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합기억사령부의 함장: 칼릭스


그 모습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칼릭스.

정합기억사령부의 최고 관리자이자, 세란의 옛 동료였다.


칼릭스는 한때 세란과 함께 최초의 기억 탐사대를 꾸렸고,

세란이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는 반대로 ‘기억은 선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억은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오직, 그것을 기억하는 자가 만들 뿐이다."


칼릭스는 감염자들의 기억을 재구성해 새로운 병기로 만들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희생자들조차도, 이제는 ‘기억 조형 병기’로 되살려 전장에 투입했다.


그리고—그 병기 중 하나.

리아의 쌍둥이였던 ‘라일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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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란과 라일라의 전투


전장 한복판.

세란 앞에 나타난 라일라는 완벽한 기계 인간이었다.

과거의 감정, 기억, 이름은 모두 삭제되고,

칼릭스에 의해 주입된 ‘임무 기억’만 남아 있었다.


"너는 누구지?"

세란이 물었다.


"나는 지시를 수행한다.

정합기억사령부에 의해 편성된 3세대 기억 병기.

너는 기억 불일치자.

삭제 대상."


라일라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세란은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너를 기억해.

넌 라일라. 리아의 동생.

생체 링크로 항상 리아보다 먼저 구조 신호를 보냈던…

너는 희생당한 첫 번째 기억이었지."


라일라의 손이 멈췄다.

그 작은 망설임이 전투의 균열이 되었다.


세란은 검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손에 남아 있는 리아의 생체 공명 신호를 라일라에게 전송했다.


"라일라… 우리가 널 잊은 건 아니야."

리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라일라의 신경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라일라의 눈에서 첫 번째 눈물이 흘러내렸다.


"…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하지만… 슬퍼."


세란은 속삭였다.

"그건 기억이 아니라, 너 자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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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각성하는 자들


정합기억사령부의 병기들은

라일라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실은 항상 단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지 않았다.

때로는 기억 그 자체가 무기가 되었고,

지워진 감정이 살아 있는 존재보다 강하게 심장을 때렸다.


아린은 그 혼란의 틈을 타고 전방 함선 내부에 진입했다.

하란은 라일라를 보호하며 중간방어선을 돌파했다.

그리고 세란은, 기억 사관인 칼릭스와의 마지막 대결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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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칼릭스의 회상


칼릭스는 조용히 독백했다.


"세란…

네가 이 모든 기억을 품은 채 살아가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그건 너무나 인간적인 착각이야."


그는 과거에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잊기 위해 ‘정합기억사령부’를 만들었다.


기억은 고통이었다.

그러니 그는 그것을 질서 있게 조각내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나는…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뿐이야."


하지만, 세란은 달랐다.

그는 고통을 품은 채 앞으로 걸어가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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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쟁의 끝, 그리고 시작


세란이 칼릭스를 마주한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검과 데이터, 기억과 망각—그 모든 것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세란은 검을 거두었다.

그는 말했다.


"내가 널 이겨야 끝나는 전쟁이라면,

그건 또 다른 기억 삭제일 뿐이야.

나는 네 고통마저도 함께 품을 거야.

우리는 함께… 기억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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