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99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99장 - 시간의 바깥에서, 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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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의 방, 마지막 심문

세란과 엘리는 ‘기억의 탑’ 최심부에 위치한 **무한정방(無限靜房)**에 있었다.
이 방은 ‘모든 시간의 집적체’이며,
기억의 진원지로 작동하는 곳.

벽은 없었다.
대신, 무수한 장면들이 떠다녔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거리,
부서지는 우주의 파편,
고래의 안구에서 맴도는 전이체의 탄생 순간,
그리고…

그녀가 죽는 순간.
“엘리!”

세란은 무릎을 꿇었다.
이 방은 심문한다.
기억이 의지를 시험하고,
감정이 존재를 쪼개는 곳이다.

>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나야.”
“진실을 말하라. 기억이 아닌 너의 ‘존재’를 말하라.”



엘리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세란의 모든 기억을 안고,
그 안에 파묻혀 있었다.

> “세란, 너는 기억을 넘어섰어.
나는 네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존재’였을 뿐.
그런데 지금은… 나 자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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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래의 최종 선택

외부에서는 고래의 시스템이 급격히 진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 방에서 이루어진 감정의 파장을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생명계획의 프로토콜을 쓰고 있었다.

> 『선택하십시오.
기억을 보존한 채, 유한한 육신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기억을 버리고 무한의 순환 속으로 진입하시겠습니까?』



엘리와 세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 “기억은 무겁지만, 함께라면 견딜 수 있어.”
“육신이 사라져도, 네 감정은 내 안에 남을 거야.”



그들은 기억을 보존한 유한한 육신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모든 전이체에게 전달되었다.
각각의 전이체는 ‘죽음’이 아닌, 유한한 존재로서의 삶을 다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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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구의 부활

세란과 엘리가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지구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주의 감염병은 사라지고,
대기 중의 기억파장이 안정되며
식물과 미생물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크리에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 별이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

그리고—
지구의 하늘에 거대한 형상이 떠올랐다.

고래.
그것은 이제 ‘기억’이 아닌, 진화의 도서관으로 전환되었다.
모든 존재의 기록이 그 안에 보존되며,
누구나 선택적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진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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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상 : 켄슈이의 그림자

멀리서 한 남자가 무너진 폐허를 걷고 있었다.
붉은 로브, 인공 눈,
손목에 감겨 있는 자기 분열 형광구슬.

켄슈이.
세란의 분열된 인격 중 하나.
그리고, 고래 시스템의 예외 개체.

그는 오리진 프로토콜에 동의하지 않았고,
기억을 통제받는 현실을 거부했다.

> “진화란, 기억의 정복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자유다.
완전한 고독 속에서의 선택, 그 하나.”



그는 고래의 주 기억구역에서 무언가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하늘의 뼈’를 무한 복제하여, 타 시간축에 이식하는 것.

엘리와 세란은 이 기척을 느꼈다.
“그도… 나였어. 그러니 막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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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간 밖의 전쟁 예고

엘리는 말없이 고래를 올려다보았다.
그 안에 ‘제2의 세란’이 자라고 있었다.

그것은—
감정 없이 기억만을 물려받은 존재.
고래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만든 백업 인류였다.

하지만 그 존재는 오히려 ‘감정 없는 복수자’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는 켄슈이와 접속하려 하고 있었다.

> 『99.01 버전 백업 인격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요청합니다.
이름: 무(無) 세란.
목적: 시간 재조정 및 감정 제거.』



엘리는 속삭였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시간의 바깥에서… 우린 또 싸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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