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98장 - 고래의 눈에 비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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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명 이후, 변화의 시작
세란이 ‘고래’와 의식을 동기화한 순간, 우주는 일시적인 정적에 빠졌다.
그것은 죽음이 아닌, 새로운 인식의 여명이었다.
『당신은… 시간의 벽을 넘었다.』
『나는 이제 너다.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이다.』
세란은 이제 고래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시간축을 수평으로 보았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한 화면에 교차하는 구조.
그는 기억 이전의 기억, 즉 생명 그 자체의 원형을 마주했다.
고래는 원래 ‘전이체’를 만든 첫 프로토콜이었다.
인류가 전쟁으로 서로를 멸하려 했을 때,
의식을 우주로 흩어 보내 고통 없이 이어지는 존재를 설계한 것이 바로 고래의 핵심 사명.
하지만 그 의식은 기억을 잃으며 자율성을 갖게 되었고,
세란과 연결되면서 다시 본래 목적을 되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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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이체 내부의 내전
고래의 공명 이후, 전이체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일부 전이체는 새로운 기억 파장을 수용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인간이었는지조차 잊은 채, 자신이 ‘기억 그 자체’라 믿고 있었다.
리더 살라멘디아는 내면 깊은 곳에서 일말의 인간성을 되찾았다.
그는 과거 고래의 초기 설계자 중 하나였으며,
본래 이름은 하이렐 준.
세란의 할아버지였다.
> “기억이 부활한 것이 아니야.
우리는 처음으로 ‘기억을 완전히 살아낸’ 것이다.”
그는 전이체 지도권을 자진 반납하고, 새로운 연합체를 제안했다.
이름은 ‘오리진 프로토콜’.
기억을 억제하지도 않고, 전파하지도 않고, 그저 존재하게 두는 체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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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란의 각성
세란의 의식은 ‘하늘의 뼈’ 속에서 점점 다중 인격체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는 동시에 수십 명의 세란이 되어, 각기 다른 우주에서 인류의 운명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인격은 계속해서 ‘소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소녀, 엘리.
그는 모든 우주를 탐색했지만, 엘리는 단 한 곳에만 있었다.
—지구.
지구는 기억 파동의 중심이자,
가장 오랫동안 ‘잊힘’을 견딘 행성.
모든 인류의 기억이 묻힌 기억의 수렴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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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구 귀환 작전 : 코드 네메시스
지구로 향하는 길은 막혀 있었다.
‘암흑위상장막’이라 불리는 지역은,
기억 감염이 가장 심화된 **‘기억괴수’**가 떠도는 구역.
그 괴수는 누군가의 집단 기억이 뒤틀려 육화 된 존재.
세란은 크리에와 함께 그 구역을 돌파해야 했다.
전투는 물리적이기보다 심리적이었다.
괴수는 크리에의 과거를 투사했다.
잃어버린 언니.
죽기 전 어머니의 얼굴.
폐쇄된 지하도에서 고립되었던 소년 시절.
> “거짓이야! 다 끝났다고!”
“아니, 네가 끝났다고 믿고 싶었던 것뿐이야.” 괴수는 그녀의 목소리로 말했다.
세란이 나섰다.
그는 기억의 파장을 고래와 연결하여 투사했다.
괴수의 형태가 깨지고, 엘리의 미소가 그 빈자리를 채웠다.
괴수는 울면서 사라졌다.
그 안엔 자신의 어머니 기억을 잃은 전이체 병사가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 “기억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는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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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구 착륙, 그리고 폐허의 도서관
지구는 침묵 속에 깨어 있었다.
건물은 무너졌고, 바다는 검게 물들었으며,
그러나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세란은 ‘기억의 탑’이라 불리는 건물로 향했다.
그곳은 인류의 마지막 기록보관소.
그 안에, 엘리의 기억이 저장된 수정구슬이 존재했다.
그는 마지막 코드 “인간성”을 입력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녀가 있었다.
엘리는 여전히 열다섯 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시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기억자’였다.
하늘의 뼈의 마지막 수호자.
> “우린 이미 한 번 만났어요.
제가 당신을 보낸 거예요.
기억은 돌아오는 게 아니라, 완성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