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89장 — 기억의 문, 시간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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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의 눈이 빛을 머금었다. 그녀 안에서는 수천 겹의 목소리가 속삭였고, 하늘의 뼈는 진동하며 보이지 않는 문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환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 있는 기억,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의 사랑, 잊혀진 시간의 발끝에서 움트는 생의 단서였다.
세란의 앞에는 세 개의 문이 떠 있었다. 하나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과거의 문, 하나는 끝없는 안개가 퍼지는 현재의 문, 그리고 하나는 텅 빈 어둠 속에서 심장이 뛰는 미래의 문.
루엔이 급히 그녀 곁에 다가왔다. "세 개의 문 중 단 하나만 열 수 있어. 그리고 그 선택은 되돌릴 수 없어."
켄슈이는 세란의 어깨를 붙잡으며 경고했다. "과거를 열면 이 모든 비밀의 시작을 보게 되겠지만, 미래를 열면 너 자신이 무너질지도 몰라."
세란은 잠시 침묵한 끝에 나직이 중얼였다. "나는… 미래를 보겠어.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 지금이 아니라 먼 그때를 먼저 알아야 해."
미래의 문이 천천히 열리자, 그녀 앞에는 황폐한 풍경이 펼쳐졌다. 잔혹한 황폐함. 기억 없는 자들이 부유하는 세계. 모든 감정이 봉인되고, 언어는 사라지고, 시간은 멈춘 듯 흘러가는 ‘기억 사막’이었다.
그곳에서 투명한 형상의 또 다른 세란이 나타났다. 그녀는 무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네가 선택을 잘못했을 때의 미래야. 기억을 지키려다, 모든 존재를 지우게 된 그날의 나."
세란은 믿기 어려운 듯 말했다. "그게… 나라고?"
형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하늘의 뼈를 완전히 각성시켜 시간 그 자체를 무기로 삼게 돼. 그리고 그 무기는 친구도, 사랑도, 세계도 모두 ‘정지된 가능성’으로 만들지."
세란은 절규했다. "그럴 수 없어! 난 지키고 싶어… 파괴가 아니라, 연결을!"
미래의 문이 스르륵 닫히고, 세란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물은 시간의 모래에 닿자 작은 나무가 되어 피어났다.
그 순간, 하늘의 뼈가 속삭였다. 그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닌, 우주의 외로움이 응결된 결정체였다.
세란의 내면에 들려온 하늘의 뼈의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아팠다. "나도 고독했다, 세란. 기억을 가진 자는 언제나 혼자였지. 하지만 네가 있다면… 나는 기억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세란은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래. 그럼 이제, 함께 외롭자. 그리고… 함께 걸어가자."
그녀의 몸에서 거대한 기억의 나무가 솟아올랐다. 나무는 아르카디아 전역을 감싸며 모든 망각의 씨앗을 하나씩 깨워 기억으로 돌려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기억의 울림은 또 다른 존재에게도 닿고 말았다. 공허의 대군주, 니할. 그는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