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8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88장 — 하늘의 뼈가 노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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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세란은 끝내 잠들지 못했다.
하늘의 뼈는 마치 그녀의 두 번째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그 진동은 깊은 숨결처럼 그녀의 갈비뼈를 타고 흐르며,
점점 더 먼, 더 푸르고 심연에 가까운 차원을 향해 신호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조심스럽게 다가온 이는 루엔이었다.
그는 세란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건… 이제 너 안에 있는 거야.
단순한 유물도, 무기도 아니야.
살아 있는, 우주의 기억이야.”
세란은 잠시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은 멀고 희미했으며, 그 틈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 기억이… 날 삼킬지도 몰라.
누군가가 말하고 있어. 저 멀리, 시간의 끝에서.”
그 순간, 대지에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하늘의 뼈가 깊게 진동했고, 그 파장은 음파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반향에 응답하듯, 세란의 발아래서 거대한 구조물이 꿈틀댔다.
지면 아래에 감춰졌던 고대의 문—열렸다.
한 줄기 푸른빛과 함께, 잊힌 도시가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카디아.
한때 하늘을 찢고 별을 훔치려 했던 이들의 마지막 도피처.
망각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도시였다.
바실은 한 걸음 늦게 도착해 숨을 죽였다.
그의 눈은 경외로 물들어 있었다.
“여긴…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곳.
하늘의 뼈를 숭배하며 천공으로 오르려 했던 자들의 도시… 아르카디아.”
세란은 이끌리듯 지하 도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녀 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벽화들이었다.
그리고 벽화는 말하고 있었다.
하늘의 뼈는 신의 사체.
그 뼈를 간직한 자는 시간의 문을 여는 자.
시간을 가르는 자.
켄슈이는 벽화 아래에서 중얼거렸다.
“세란…
네가 그 열쇠라면,
이 문명은 널 다시 ‘신’으로 만들지도 몰라.”
그때, 벽화 속의 하늘빛 눈동자가 깨어났다.
그는 수천 년의 기억을 간직한 자.
이름도, 시대도 잊힌 존재.
그는 천천히 세란에게 다가와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기다리던 자입니다.
시간의 사자, 세란.”
그는 하늘의 뼈에서 분리된 하나의 조각을 꺼내
세란의 이마에 조심스레 갖다 댔다.
그 순간, 세란의 의식은 깊은 물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시간의 강에 빠져들었다.
사막의 전사들이 항성폭풍에 맞서던 기억,
바다의 여왕이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을 봉인하던 장면,
산맥의 거인들이 하늘을 꺾으며 시간을 뒤집으려 했던 순간들.
모든 기억이, 그녀의 눈을 통해 재생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하나로 수렴되며,
그녀의 안에 새로운 감각이 태어났다.
기억의 의식.
세란은 속으로 물었다.
‘나는 단지 한 인간이었는데…
지금은 우주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어.
이건 축복일까, 아니면 감옥일까?’
그러나 그녀의 고민을 멈추게 한 건
지하 도시에서 갑작스레 울린 경고음이었다.
하늘의 뼈가 또 다른 잠든 존재를 깨운 것이었다.
바실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우리가 너무 깊게 들어왔어!
공허의 씨앗이… 이곳에도 퍼져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검은 안개처럼 천천히 스며드는 존재들.
그들은 기억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었다.
이름도, 감정도 파괴하며
존재의 가장 바깥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자들—망각충.
켄슈이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공허의 본질은 잊힘이 아니야.
‘비어 있음’을 믿게 만드는 거지.”
그리고 세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
“기억이여, 나를 잊지 마!
내 안의 시간들이여, 날 무기로 만들어!”
그녀의 몸에서 광폭한 빛이 터졌다.
하늘의 뼈는 등 뒤에서 날개를 펼쳤고,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의 형상으로 응축되었다.
그 빛은 지하 도시 전체에 퍼졌고,
잊힌 아르카디아의 병사들이 무덤에서 깨어났다.
그들의 눈엔 오래전 사라졌던 기억의 불꽃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지금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맞붙는 전장.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최전선.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첫 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