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문화콘텐츠인 세상에서 문화콘텐츠 찾기
문화콘텐츠란?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는 흔히 영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각각의 개념을 완전히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찾아내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 사이에 유사한 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영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을 문화콘텐츠로 묶어낸 것일까?
기본적으로 문화콘텐츠는 미디어를 통해 유통된다. 영화는 영화관을 통해, 음악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게임은 유통 플랫폼을 통해, 애니메이션은 VOD 서비스를 통해 유통된다. 이것이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전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하나의 미디어에 갇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관 상영 이후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보기도 하고 게임 캐릭터를 피규어로 구입할 수도 있는 것처럼 콘텐츠는 미디어와 분리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나타난 문화콘텐츠산업의 핵심 전략이 OSMU(One Source Multi Use)이다. 대중성을 확보한 콘텐츠를 OSMU 하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은 문화콘텐츠가 향유자에게 지적, 정서적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는 본질적으로 '즐길거리'이기 때문에 향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미디어를 통해 제공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그것은 입을 수 없는 옷, 먹을 수 없는 음식, 들어갈 수 없는 집과 같다. 때문에 문화콘텐츠에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문화'는 어떤 고귀하고 값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방식, 즉 문화의 광의의 개념을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앞서 살펴본 영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외에 공연, 축제와 같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문화콘텐츠라 부르기도 한다.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경우는 가족 유사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공연과 축제는 모두 음악을 내포하고 있으며 영화적인 요소, 게임적인 요소를 지니기도 한다. 또 지적,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문화콘텐츠와 많이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과 축제도 문화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다보면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 데나' 콘텐츠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콘텐츠, 음식콘텐츠, 기독교콘텐츠, 화장실콘텐츠와 같은 말은 소재로써의 역사, 음식, 기독교, 화장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런 방식은 콘텐츠를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단어로 만든다. 최근 흥행하는 1인 방송은 더욱 놀라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사용한다. 단순히 성대모사를 하는 행위 자체를 콘텐츠라고 부르는가 하면, 심지어는 옷을 벗고 춤추는 행위를 콘텐츠라고 하고 가학적인 행동, 음담패설이나 상식을 벗어나는 대화를 콘텐츠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콘텐츠라는 표현을 신성시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용어의 사용은 발화자와 수신자의 몫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아무 데나 콘텐츠를 붙이는 행위는 콘텐츠에게서 의미를 빼앗고 껍데기만 남도록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디에다 콘텐츠라는 말을 사용해야할 것인가? 간단하게 보자면 콘텐츠를 빼도 말이 되거나 더 정확한 용어가 존재하는 경우에 콘텐츠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역사콘텐츠'는 '역사'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성대모사'는 '콘텐츠'라고 하기보다 그냥 '성대모사'라고 하는 편이 더 의미 전달에 효과적이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조금 더 원론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왜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까? 그것은 앞서 살펴본 OSMU 중에서도 전환(Adaptation)의 효용 때문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끈 문화콘텐츠를 다른 미디어로 전환하는 것은 문화콘텐츠 제작자에게 금전적인 수익을 창출해주는 동시에 향유자에게 높은 수준의 지적,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미 문화콘텐츠산업의 제분야에서는 이에 주목하여 IP(Intellectual Property)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효과적인 전환 전략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요컨대 문화콘텐츠의 핵심은 다양한 활용, 즉 여러 미디어로의 확산과 전환이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미디어에서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다면, 혹은 아직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그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 그제서야 그것을 문화콘텐츠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