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을 걷다가

26.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봄으로 가는 길을 잃었는데

너희들이 안내 좀 해 주겠니?



지난밤 그대를 만났습니다.

좀처럼 오지 않아 원망 가득했는데

겨울이 가려하니 당신도 보고싶었나 봅니다.

이 겨울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내리는 눈속에

먼 길을 돌아 그대 내 앞에 섰습니다.


잘 지냈느냐고 물었습니다.

잘 지낸다고 했더니

그대는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쓸쓸함이 가득한 웃음이었습니다.

원망을 늘어놓으려 그동안 쌓아 놓은 말들이

목에 걸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대신 보고 싶었다 말했습니다.

우리의 추억이 겨울이면 다시 살아나

겨울 내내 그리웠다 말했습니다.

그대 답을 기다리는 동안

눈이 뜨이고 그대는 가 버렸습니다.


이별의 말도 없이

새벽 댓바람부터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다른 때와 달리 너무도 생생하여 슬펐습니다.


꿈은 현실에서는 반대라는데

저 버들강아지를 따라가면

내게도 다시 봄이 열리고

꿈같은 어느 봄날에

그대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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