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감재적

47. 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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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감자를 갈아 부쳐주시던

쫀득쫀듯한 그 맛이 그리운

엄마가 생각나는 여름 저녁!




엄마가 시장에 다녀오시더니

주먹 만 한 감자 한 말(약 8kg)을 사 오셨기에

아~~ 오늘 저녁은 ‘감재적 이로구나’ 하며

입맛부터 다셨지.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가 퇴근할 무렵부터 엄마는 바빠지셨어.

평상 한 귀퉁이에 올라앉아

감자 껍질을 북북 긁기 시작했어.

당연히 너무 오래 동안 감자를 긁어낸 탓에

술바닥이 반이나 날아간 누런 숟가락으로 말이지.


별들이 하나 둘 밤하늘에 얼굴을 내밀고

석유곤로에 올려진 프라이팬에선

지글지글 감재적이 익어가고

우리 5형제는 하얀 접시를 하나씩 들고는

엄마 곁으로 모여들었어.


이유는 간단해.

감재적이란 프라이팬에서

접시에 옮겨지는 순간이 제 맛이거든

이런 풍경이 내 유년 시절의

우리 집 여름맞이 풍경이었어.


뻐꾸기 울고 여름이 오면

엄마의 손맛이 더욱 그리워

엄마의 감재적 맛이 더욱 그리워지고

난 강판을 내놓고 감자를 북북 갈게 돼.


내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내 딸이, 내 며느리가

“어머니 손맛이 최고였는데....”

어쩌면 그런 소릴 들고 싶은 건지도 몰라.


어쩌면 엄마의 손맛이

대대손손 이어지길 바라고

오늘도 감자를

강판에 북북 갈고 있는지 모르지.


*감재적 : 강원도 영동지방 쪽에서

사용된 감자전의 사투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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