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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
46. 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Aug 4. 2024
너와 나를 태운 기차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오래도록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요즘은 꽃 속을 누비고 다녔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흘러내려
눈으로 들어가도 무엇에 홀린 것처럼
들꽃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어.
누가 보면 35도를 왔다 갔다 하는 이 더위에
‘저 여자, 제정신인가?’
했거나, 아님
‘그대 마음이 내 마음이요.’
하며 웃던가 둘 중에 하나였겠지.
누구나 꽃을 보면
사람들은 저절로 미소를 띄게 돼.
얼어붙은 마음이라도
꽃 앞에서는 웃지 않고는 못 배기지.
바쁘게 걷다가도 꽃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뺏기게 돼.
가던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히고 눈 맞춤을 하게 되지.
그 조그마한 게 뭐라고.....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는 그래.
그러니 요즘은 나날이 행복이야.
그게 샘이라도 난 건지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어.
경포대 모래 언덕에 봄바람이 불었어.
모래 언덕의 기찻길을 따라
붉은 해당화 꽃잎들이 하늘거렸어.
“이쪽은 아직 꽃이 안 피었네,
여기도 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소녀가 말했어.
“안 피어도 괜찮아, 난 널 봤으니 다 좋아!”
소년의 그 말에
소녀는 눈을 흘기면서도 행복하게 웃었어.
잊은 줄 알았어.
상처를 만들었던 자리에
굳은살이 덕지덕지 붙은 지 오래되었으니
그저 무덤덤 시큰둥할 줄 았았어
오늘 아침까지는 그랬어.
친구가 보낸 고향 사진 한 장에
돌처럼 굳었던 굳은살은 떨어져 나가고
감정의 폭풍우 속으로 휘몰아쳐 들어갔어.
처음엔 행복했어.
소년과 손잡고
경포대행 기차를 타고 가던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었어.
모래 언덕에 환하게 피어나던 해당화가
내 눈앞에서 붉게 피어났으니 왜 아니겠어.
이내 기차는 떠나고
해당화는 지고 쓸쓸해졌어.
점차 주위가 조용해지고 적막만이 감돌았어.
이 사진 한 장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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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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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보완심(緩步緩心)이란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젊은 시절 느끼지 못 했던 마음속 작은 일렁임들을 적어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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