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46. 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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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를 태운 기차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오래도록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요즘은 꽃 속을 누비고 다녔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흘러내려

눈으로 들어가도 무엇에 홀린 것처럼

들꽃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어.

누가 보면 35도를 왔다 갔다 하는 이 더위에

‘저 여자, 제정신인가?’

했거나, 아님

‘그대 마음이 내 마음이요.’

하며 웃던가 둘 중에 하나였겠지.

누구나 꽃을 보면

사람들은 저절로 미소를 띄게 돼.

얼어붙은 마음이라도

꽃 앞에서는 웃지 않고는 못 배기지.

바쁘게 걷다가도 꽃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뺏기게 돼.

가던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히고 눈 맞춤을 하게 되지.

그 조그마한 게 뭐라고.....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는 그래.

그러니 요즘은 나날이 행복이야.

그게 샘이라도 난 건지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어.

경포대 모래 언덕에 봄바람이 불었어.

모래 언덕의 기찻길을 따라

붉은 해당화 꽃잎들이 하늘거렸어.

“이쪽은 아직 꽃이 안 피었네,

여기도 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소녀가 말했어.

“안 피어도 괜찮아, 난 널 봤으니 다 좋아!”

소년의 그 말에

소녀는 눈을 흘기면서도 행복하게 웃었어.

잊은 줄 알았어.

상처를 만들었던 자리에

굳은살이 덕지덕지 붙은 지 오래되었으니

그저 무덤덤 시큰둥할 줄 았았어

오늘 아침까지는 그랬어.

친구가 보낸 고향 사진 한 장에

돌처럼 굳었던 굳은살은 떨어져 나가고

감정의 폭풍우 속으로 휘몰아쳐 들어갔어.

처음엔 행복했어.

소년과 손잡고

경포대행 기차를 타고 가던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었어.

모래 언덕에 환하게 피어나던 해당화가

내 눈앞에서 붉게 피어났으니 왜 아니겠어.


이내 기차는 떠나고

해당화는 지고 쓸쓸해졌어.

점차 주위가 조용해지고 적막만이 감돌았어.

이 사진 한 장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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