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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하루 기차여행

강릉을 처음 알게 된 건, 첫 번째 동해 라이딩에서 맛 본 초당 순두부를 통해서다. 강원도만의 풍미로 가득한 시골 음식과 강릉이 품은 동해의 경관에 놀라 푹 빠져버렸던 그때의 기억으로 아내와 함께 가을 강릉여행을 떠난다. 아내에게 묻지도 않고 KTX 티켓부터 사버렸고, 이번 여행에는 예약이 아니면 가보지 못하는 곳이어서 마눌님 허락도 없이 예약부터. ㅎㅎ



강릉역 도착 8시 5분


청량리역에서 6시 22분에 출발하는 KTX.

기차 시간에 맞추려 토요일 새벽 4시 반에 뜬 눈꺼풀은 열차에 타서도 따끔거리지만 아내와 단둘이. 기분 좋은 가을 새벽 공기까지 설렘을 더하는 그런 여행이다.


무엇보다 순두부 요리, 메밀 막걸리와 함께 멋지고 흥분되는 일탈이 있는 그런 강릉의 토요일 아침.  ㅋㅋ


선택은 초당 할머니 순두부 혹은, 그 옆에 있는 동화가든  짬뽕순두부 (일명 짬순). 웬만하면 실패할 일 없는 두 곳이다. 오늘은 짬순이. 다만, 아침 빈 속에 짬뽕국물은 쪼끔은 세길래, 짬순이 하나, 순두부 하나, 이렇게 주문해서 나눠 먹으면 딱이다. 동화가든 식사 대기시간은 아침 8시 20분경에 도착해도, 그때부터 30~50분은 대기하게 되니 감안하시길.



아내와 오롯이 나누는 수다, 르꼬따쥬 11시


새소리, 곤충 날갯짓 소리, 아침이슬이 잎에서 막 날아올라 시골 공기 속에 머금어진 시간에 둘 만의 공간.


아내의 느린 식사에 맞춰 한 시간 가까운 동안의 여유로운 식사. 아이들 얘기, 옆 테이블 손님들 얘기, 반찬 얘기, 어제 낮에 겪은 꼴불견 얘기들과 아침 먹걸리 한 잔으로 평소보다 포만감이 더 할 수밖에 없다. 식사 후엔 초당 순두부 마을에서 해변까지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오늘의 두 번째 포인트, 르꼬다쥬로 이동할 시간이다.



만 원짜리 한 장 잘 못 써도 난리가 나는 아내는 여기다 오만 원 썼다고 그랬더니 일그러진 얼굴로 택시로 오는 내내 날 째려봤다. 그랬던 아내가 한껏 가을빛을 머금은 시골 마을스러움과 세련된 터치가 가미된 고요함, 입속을 맴도는 작두콩차 향기에... 한 마디.


"그렇게 비싼 건 아니네."  

'휴~ 살았다.' ㅎㅎ


새소리, 곤충 날갯짓 소리, 아침이슬이 잎에서 막 날아올라 시골 공기 속에 머금어진 시간에 둘 만의 공간. 그렇게 아내와 함께 가을의 향기에 한껏 취한 나머지, 르꼬따쥬에 머무를 수 있는 한 시간 반이 너무도 짧게만 느껴진다.



휴대폰은 사진 찍을 때 말고는 주머니 깊숙이 넣어 둘 것. 그리고, 여긴 100% 예약제다. 최소 2~3일 전에 네이버를 통해 예약 확인할 것.



강릉 중앙시장 먹방 오후 1시


그럼 이제 본격적인 먹방의 메카, 강중앙시장으로. 마눌님 모시는 여행에 재래시장이 빠질 순 없지.


순서대로,

초당순두부마을:
동화가든 짬순이

르꼬따쥬:
작두콩 차와 쑥 스콘

중앙시장:
만동제과 마늘빵
배니 닭강정
김치말이 삼겹살. 그리곤 옛 경강선 월화역의 월화 거리에서 잠시 휴식 후 다시 먹방
이화국수 장칼국수
수제 어묵 크로켓...더 이상은 안될 듯.

명주동 카페골목:
명주배롱

하슬라로:
마지막 하슬라로 아날로그 소사이어티에서의 스테이크와 까라말리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 ㅋㅋ


시내 중심에 위치한 중앙시장은 르꼬따쥬에서 택시를 타면 15분 정도.


시장 주전부리에도 애피타이저는 필요한 법. 만동제과의 마늘 빵 한 줄로 길에서 아내와 나눠먹는 맛은 중앙시장 초입에서부터 맛의 세계를 열어 미각을 한껏 흥분시킨다. 인생 마늘 빵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맛이...


만동제과 마늘빵. 중앙시장으로 부터 동쪽으로 약간 벗어난 위치다. 금성로를 따라 걸어서 2~3분.


중앙시장에 들어서서는 맘에 드는 뷔페 음식들 위치부터 확인하듯. 눈도장 찍으며 한 바퀴.

먼저, 외곽에 위치한 김치말이 삼겹살 한 개


김치말이 삼겹살


배니닭강정 반 마리.(두세 개만 맛보고 나머진 저녁에 집으로 ㅎ ) 이화 국수에서 장칼국수 한 그릇(3천 원) 둘이서 나눠먹기. 그리고 수제 어묵 크로켓. (여기에선 5개짜리 세트가 12,000원이다. 이것도 남겨서 집으로 ^^)


이화국수(좌) 수제어묵크로켓(우)
월화거리. 월화거리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옛 경강선 철길. 지금은 휴식과 광장문화가 조성된 곳이다. 좌측으로 중앙시장


명주동 카페거리 3시


그래도 못 먹은 게... 호떡 아이스크림.

호떡과 아이스크림은 이미 아는 맛의 조합일 뿐일 거라 위로하며... 그것까지 먹을 위장이 남지 않은 듯. ㅎ

명주동 카페 거리까지는 남대천을 따라 걷는다. 소화도 시킬 겸.


자리 잡은 곳은 명주동 카페골목 초입(남대천 방향에서)인스타 사진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오월 카페를 지나, 오월 카페가 잘 보이는 명주배롱다.


명주배롱과 명주동 거리


2층 구석진 자리에서 신발 벗어 두 다리 주욱 펴고 한 시간 정도 또 수다를 떨며 재충전. 이젠 휴대폰을 꺼내도 된다. 딴짓하는게 아니라 지금까지 찍은 예쁜 아내 사진, 아내에게 보여주는 시간 ㅎㅎ


하슬라로의 아날로그 소사이어티 5시


명주동 골목을 지나, 옛 강릉 대도호부를 담 넘어 구경하며 산책한 후 오늘의 피날레로 향한다. 강릉시내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는 교동택지인데, 하슬라로에 위치한  아날로그 소사이어티.


여기가 진정 오늘의 하이라이트. 이곳을 추천해 준 직장 동료에게 한턱 쏴야겠다.


런던과 뉴욕의 게스트로 바를 절묘하게 혼합해 놓은 듯한 감각적인 뉘앙스의 레스토랑이다. 런던에서 꽤 오래 살았지만, 이곳 인테리어나 구성은 어슬프게 흉내만 낸 그런 곳이 아니다. 하슬라로 코너에 넓지 않지만 알차게 홀을 구성한 것도 유럽의 그곳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지난 여름 강릉여행에선 예약을 미리 하지 못해 들려보지 못한 곳이기도한데, 이곳 역시 2~3일 전 예약 필수. 예약할 때 사장님께 좋은 자리 부탁드리면, 도착 후 정말 신경써 주신 걸 알게된다. 물론, 테이블이 많지 않은 곳이어서 여유가 있을 때 그렇다. 저녁에 오픈해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리커 바로 새벽 두 시까지 운영한다는데 매일 만석일 듯 하다.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알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1번 테이블 추천. 바에서 가깝기도 하고 강릉의 저녁 석양빛을 잠시 느껴 볼 수 있는 창가 옆이다. 테이블은 3인용.


아날로그 소사이어티. 런던의 리버티 백화점을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 이곳의 칼라마리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역시나 이런 공간은 그 창조자가 남다른 법. 이곳 사장님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냥 친절함이 아니다. 이처럼 멋진 감각으로 가꾸어진 홀과 화장실로 이어지는 통로조차도 작은 전시로 꾸며놓은 감각(런던의 리버티 백화점을 떠올리게 한다.)은 말할 나 위 없는 데다, 저녁시간 내내 테이블들의 손님들로부터 한 시 눈을 떼지 않는다. 조그만 움직임이나 변화에도, 그러나, 결코 지나침이 없는 적절한 반응으로 고객들이 서빙하는 분들을 찾을 필요조차 없도록 만족시킨다.  정말 멋진 사업가인 듯.


아날로그 소사이티의 사장님

   

운 좋게도 그 주에 이마트 와인에서 할인 행사를 하길래, 맞은편 이마트 24에서 그랑 빠시오네 로쏘 한 병과 투석 점퍼 (말벡) 한 병을 콜키지를 위해 가져갔다. 그랑 빠시오네는 이곳 아날로그 소사이어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조화다. 참고로 콜키지는 한 병에 15,000원, 병 수 제한은 없다.


오늘 이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너무도 완벽한 곳이다. 마눌님 만족도 500%. 또 오잔다.


강릉역 KTX 저녁 8시 9분


나란히 앉는 기차에서 푹 잤다. 역에서 내려 집에 도착하니 10시 40분. 크로켓이니 닭강정이니 남은 마늘빵에 딸아이에게 딴 점수는 덤이다. 아내와 긴 수다와 가을 향기 가득했던 기차여행이다.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분주한 가을의 토요일이었지만, 우리 마눌님으로부터 칭찬 많이 들었다. ㅎㅎ

그래서 더 멋진 가을이다.


끝.


별첨: 간편일정과 비용 계산서

총 여행경비 377,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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