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힐 라이딩을 할 때 정말 숨이 차면, 목과 가슴이 닿는 부분이 타오르듯 펌프질을 하는데, 지금이 그렇다.
친구와 함께 자전거 두대를 차에 싣고 두 시간을 남으로 내려와 보은에 도착했다.보은 군청에서 라이딩을 시작한 후 채 몸이 풀리기도 전에, 말티재 고갯길의 시작을 알리는 세로로 길게 세워진 표지판이 우측으로 보인다. 보은 방향에서 말티재를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그 가파른 경사를 통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겹겹이 쌓아올린 길을 따라 몇몇 차들이 좌우로 스윙하듯 오르고 내린다.
그동안 다른이들이 촬영한 말티재의 개성 넘치는 이미지들을 보며 기대감을 키워온 탓인지 설레이는 마음도 작지 않았지만, 헤어핀 업힐이라고도 하는 그 끝날 것 같지 않은 고갯길을 올려다 보며 자뭇 놀라기도 했다. 오늘의 라이딩을 이제 막 시작했기에 더더욱 긴장이 되었을 것 이다. '저건 시각효과일 뿐'일 것이라며, 놀란 호흡은 페달링을 계속하다보면 달래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바퀴 한바퀴 밟아 오르며 몸의 열기를 올려본다.
속리산 말티재의 헤어핀 업힐 라이딩
보통 헤어핀 업힐 우회전의 경사는 더욱 급격할 수 밖에 없다. 사진에서 보이는 곳에서부터 두바퀴를 더 회전하고서야 말티재 정상에 도착한다.
올해 초 얼음이 녹아내리며 흙에서 봄내음이 올라올 즈음부터 바라오던 백두대간 라이딩을 실천에 옮긴다. 어디라도 첫 발을 떼면 두번째 세번째는 이어지리라는 기대와 함께, 친구가 속리산 라이딩을 가보자는 말에 주저없이 따라 나섰다.
소백산맥 속리산의 백두대간 고갯길은 말티재와 비조령이다. 말티재는 층층이 겹쳐진 헤어핀 모양의 고갯길 사진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면서 이곳 속리산을 찾는 라이더들의 제1목표지이기도 하다. 비조령은, 시계방향 라이딩을 기준으로, 앞 서있는 갈령과 비조령에 이은 장고개의 녹녹치 않은 난이도에 비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파란색 표시줄이 안내하는 자전거전용도로와는 달리, 백두대간 라이딩과 같은 공도 라이딩은 도로지번이나 그 이름을 통해 길을 식별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말티재 정상. 우연히 만난 한 그룹라이더들을 사진에 담아본다.
말티재 정상 전망대
냄비에 두부 말고는 딱히 든 건 없는 그런 시골밥인데,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 시골 두부찌개백반을 든든히 먹고 기분 좋게 다시 출발한다. 그동안은 자전거전용도로를 주로 라이딩해오면서 공도를 이용하게 되더라도 이미 익숙한 지역에서였거나 - 예를 들면, 분원리 라이딩 -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코스를 효율적으로 라이딩하기 위한 시간벌기용 '숏컷'정도로 공도를 탔다. 속리산 말티재와 비조령 코스엔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다. 한번은 도로를 옮겨 타야할 곳을 지나쳐 경치에 감탄하며 내리막길을 따라 빠른 속도로 시원한 라이딩 후 뒤늦게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뒤에야 자전거를 세워 지도를 확인한다. 14킬로미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왔고, 이젠 그 시원하게 달려온 14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야 겨우 원래 계획했던 코스로 돌아갈 수 있다. 길잡이 역할을 내가 하던 터여서 친구에겐 미안하기 그지없다. 사기가 떨어지고, 3분의 1밖에 되지않은 시점임에도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37번 국도(북쪽 방향).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잘 못 접어든 덕분에 내리막였던 14킬로미터는 오르막 14킬로미터로 둔갑했다. 예정에 없던 28킬로미터를 더 라이딩 한 셈.
고개마다 그 성격이 있지만, 많은 경우 고개 정상 직전이면 길이 더욱 가팔라진다. 그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극대화되는 시점도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
잃었던 길을 찾아, 용화로(997번)로 다시 접어들어 소백산맥을 가로지르는 고개(밤티재)는 말티재에 이어 나름 진땀을 빼게하는 난이도를 지녔다. 이미 60킬로미터를 넘게 달린 터여서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점도 원인일테다.
고개마다 그 성격이 있지만, 많은 경우 고개 정상 직전이면 길이 더욱 가팔라진다. 그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극대화되는 시점도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인데, 고개정상이 눈에라도 보이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숲에 가리거나 굽이굽이 흐르는 고갯길 모양 때문에 그걸 알 수 없는게 대부분의 경우다. 다행히 업힐 라이딩을 많이 하다보니, 으례히 경사가 유난히 가팔라지면 '이제 다왔구나'한다. 아니면, 더 가면 되니 힘을 짜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백두대간 비조령.
비조령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
동쪽편의 남으로 향하는 갈령터널(49번)은 이륜차나 경운기가 이용하지 못한다. 터널위 옛길로 갈령을 넘는다. 시원한 내리막 중간, 우회하여 서쪽으로 향하는 오늘 속리산 코스의 25% 남짓한 마지막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백두대간 비조령은 어렵지 않게 금방 만난다. 용화로(997번)를 통해 소백산맥 동쪽변으로 넘어왔었다면, 다시 서쪽변으로 산맥을 넘어가기 위해선 조비령이 있는 "평온동관로", 장고개를 지나 삼가저수지를 끼고 도는 "비룡동관로"를 차례로 라이딩한다. 이 구간은 속리산의 숲을 호흡하기 좋은 코스다. 미세먼지가 없는 지금 같은 계절이라면 말이다.
삼가저수지를 끼고 도는 수변도로 "비룡동관로". 곧 깔끔하게 단장될 듯하다. 그 후엔 더욱 수려한 경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비룡동관로를 따라 아기자기한 라이딩이 육중한 업힐을 다시 만날 즈음, 좌측아래로 하염없이 아래로 빨려들 것만 같은 "삼가터널"이 입구에서 반대편 끝까지 길게 뻗어 웅웅 거리는 굉음(그곳을 지나다니는 바람과 차들이 만들어낸다)을 내며 버티고 있다. 친구가 길을 확인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일부러라도 피하고 싶을 정도로 내키지 않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 삼가터널을 지나서 장안로. 이 도로를 통해 오늘 라이딩의 시작이었던 25번 도로를 만나 보은 군청으로 돌아가야하는 구간이 더 있지만, 오늘 라이딩에서 만난 여러 도로들 중 마지막이다.
삼가터널. 장안로로 이어진다.
길잡이를 잘못둔 탓에 함께한 친구도 덩달아 30여 킬로미터를 더 라이딩한데다 귀가 시간도 늦어져 버렸지만, 혼자하기엔 아깝고도 외로운 길이었을 법하다. 컥컥거리는 숨을 몰아쉬며 겨우 오른 말티재를, 서로의 인생샷을 남겨보겠다며 가장 좋은 촬영 스팟을 찾아 말티재를 다시 오르내린 일이나, 뜨거운 햇볕 아래서 잠깐 쉬며 얼음가득한 음료를 들이킨 조그마한 7월 여름의 엑센트와 같은 순간을 안겨준 백두대간 속리산 라이딩이다.
말티재 정상에 도착.
반가운 보은군청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싣고, 근육 회복에 도움을 줄 수육 한 접시와 시원한 비빔냉면 한 그릇씩 나눠 먹으며 첫 백두대간 라이딩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