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강원도 라이딩의 그 '동해'가 너무도 그리웠나 보다. 로드바이크 라이딩 클럽 "우서라 WOOSEORA"는 저마다의 기대와 설렘을 안고 다시 동해를 찾았다. 이번엔, 지난 라이딩의 마지막 코스였던, 그러나 이미 '다음'을 유혹하기에 차고 넘쳤던, "삼척"에서 "영덕(해맞이공원)"에 이르는 170여 킬로미터의 코스다.
월천유원지, 이 여름 마지막 더위, 라이딩에 젖은 땀은 저리가라 ~ ^^ 훌러덩 뛰어든 우서라 클럽~!
출발 전날, 먼저 삼척에 도착한 라이더들의 흥겨운 식사. 모든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줄 내일 아침의 라이딩은 이미 저녁식사 식탁에 올라와 있는 듯. ^^
이번 라이딩에서 완벽한 코스 분석으로 팀을 이끌어 준 승훈. 식사를 마치고 코스 브리핑. 아는 만큼 보인다고 덕분에 이번 라이딩은 두배로 편하고 즐거울 수 밖에.
늦지 않으려 두어 번을 확인하며 맞추어 놓은 아침 기상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카톡으로 이미지들이 들어온다. 정말 부지런한 '영블러드' 우서라 멤버들이해변에서 보내온 사진들이다. 형님들 어서 일어나요~ ^^
동료들의 사진으로 전해 보는 동해 일출이지만, 시원하고~ 아름답다. 출발해야지~ ^^
다른 건 몰라도, 자전거 점검만은 잊을 수 없다~ ^^
이런 사진, 오글거려서 피하고 싶지만, 헤어지기 전의 친절한 팬션 사장님의 호의를 무시할 순 없기에 한 컷.
올여름 유난히 주말 비 소식이 잦았던 터라, 이번 동해 라이딩에 맞춰진 듯 빛나는 동해의 파란 하늘은 이미 라이딩을 시작하기도 전에, 분위기를 한 껏 띄운다.
삼척항에서의아침식사. 동해 라이딩을 통해 알게 된 '곰치국', 맛 난다. 이번 코스는 경상북도의 동해 길을 달리게 되지만, 동해 라이딩은 바다 내음 가득한 '맛'의 여행이기도 하다.
삼척은 최근에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힙'하고 아름다운 항구도시의 면모를 띄지만, 원래는 시멘트 공장지대로 먼저 유명세를 얻었다. 삼척항을 벋어 나자, 그 공장들의 웅장한 설비 건물들이 동해의 아기자기한 숲과 바다의 자연과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자뭇, 유럽 국가들의 과거 2차 대전이나 공업화의 흔적인 공장 건물들을 되살려, 갤러리나 문화시설로 거듭나게 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삼척에 대해선 겉모습만의 인상일 뿐이긴 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산업의 흔적이 강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른 아침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한편으로 반갑고, 또 한편으론 긴장도 하게 만들지만, 사실 처음부터 우리를 긴장시킨 것은, 라이딩 시작부터 우리를 맞이하는 고갯길들이다. 머릿속에서 저절로 '하나-둘, 하나-둘' 한다. ㅋㅋ
연이은 업힐과 다운힐로 금세, 땀으로 범벅되고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하는 멤버들도 있다. 하지만, 차량이 드문 시원한 다운힐 라이딩은 모든 걸 잊게 해 준다. 아이들 같은 즐거운 비명이 절로 ~ ㅋㅋ
다운힐 최고 속도를 시속 70여 킬로미터를 기록하는 멤버도 있다.~ 조심 ^^
"월천리"의 월천교를 지날 때, 다리 아래로 시원한 하천이 보인다. "기곡천"이라 이름 지워진 넉넉한 하천이다. 그냥 지나칠 순 없지~ ^^ 기다렸다는 듯, 클릿슈즈와 헬멧만 벋어 던지고는 시원하게 물속으로 뛰어든다. 덕분에 망설여지지 않고 하나 둘 뛰어들어, 맑은 물속에 드러누워 여름 끝자락의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자니, 여기에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산업지대의 항구도시가 자아내는 동해 길 라이딩은 또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가야 할 거리가 있어 여유를 부리기가 조심스러워어디서 쉬어야 할지도 이를 염두해가며 고르기 마련인데, 아름다운 경치가 코너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이번 라이딩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계획 정차는 포기다. ^^
고포해변
기곡천의 시원한 물의 촉감은 얼마 가지 않아서 말라버려서 고포해변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흔적도 없다. 마치, 동해 길이 우서라 클럽이 고개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선물 하나씩을 내어주는 듯하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라이딩에다, 물놀이까지~ 동해바다 곰치와 물회가 듬뿍 했던 아침식사를 조금 전에 마친 것 같은데, 벌써 허기가 찾아온다. 몇몇 회원은 사람 얼굴도 못 알아보겠단다. ^^ 라이딩에서 '안전'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먹거리다. 물론, 맛의 의미가 아닌, 에너지 공급.
한국의 라이더들은 '봉크'라고 하는데 - 뚜르 드 프랑스에서는 '크래킹(Cracking)' - 라이더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 이상 라이딩을 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충분한 영양공급을 통해 이를 예방하고 근육과 몸의 회복을 돕는다.
이번 여행에서 들렀던 맛집들 중, 이곳 만큼은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빙그레 식당'의 콩국수. 물론, 무척 배가 고팠던 우서라 클럽 멤버들의 입맛이 무엇을 가릴 상황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콩국수를 맛보았다. 입에 씹힐 듯한 국내산(아주머니가 엄청 강조하셨다. ^^) 콩으로 갈아 만든 콩국, 김치, 손수 키운 오이 고추~ 우리 9명이서, 가게를 거덜 낼 뻔했다. ㅎㅎ
콩국수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균형감 넘치는 영양 보충과 함께 다시 출발~ 또, 언덕이야? ㅠㅠ
지난 가족 여행에서는 7번 국도를 드라이빙하며 먼발치에서 바라봤던 "울진 은어 다리" 이번엔 진짜다. ㅎㅎ
울진은어다리의 번쩍이는 은어 아가리(?)뱃속으로 ~ ^^
초대형 은어의 먹잇감이 되어 배설이 되고 나면, 곧 산포리 해변길(망양 정로)이 이어진다. 10킬로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멋진 도로인데, 자연의 조각품 같은 우뚝 솟은 바위들에 페달링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망양정로
망양 휴게소
속도감과 훌륭한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망양 정로 라이딩은 망양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마무리한다. 그 이름에 걸맞게 망양휴게소는 멋진 동해의 바위들과 옥빛 바닷 빛깔이 어우러진 경관이 일품이다.
삼척~영덕 라이딩은 아름다운 경치나 시원한 바람, 눈이 번뜩일 만큼 맛있는 음식만으로 형용하기엔 부족할 만큼 다양한 얼굴과 색깔로 가득하다. 그중에 하나는 업힐과 다운힐인데, 평지와 유명 관광지 중심의 코스 특성을 지닌 고성~삼척 구간과는 차이가 큰 부분이다. 그만큼 체력 소진도 크고 인내심도 꾀 필요하다. 어려운 고개 하나를 겨우 넘었다 싶으면, 절벽같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또 하나의 고갯길.
가장 힘들었던 구간으로 기억하는 곳은, 망양휴게소~월송정 구간에 있는 고개들이다. 월송정을 남겨둔 짧은 구간을 앞두고, 마을 어르신들이 없는 틈을 타, 정자에 잠시 드러누워 근육을 쉬게 하면서 혈액순환을 시킨다. 5분간의 짧은 휴식이지만, 금방 잠에서 깨어난 듯 다시 힘을 얻는다
''월송정".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정자라고 하는데, '달빛과 어우러진 솔숲'이라는 뜻을 품고 있단다. 인증센터가 입구 쪽에 있어, 발길을 급하게 돌리다 보면, 월송정 안의 솔나무 숲과 정자가 어우러진 훌륭한 경관을 놓치기 십상이다. 우서라 클럽의 코스 분석 담당(?) 승훈의 가이드로 정자 안의 솔숲에서 피톤치드 향을 듬뿍 흡입할 수 있었다.
해가 저물어 가면서, 마음이 조금 급해진다. 그즈음, 큰 갈매기 무리가 우리 라이딩 그룹과 함께 남쪽으로 이동한다. 장관이다. 한강변에서 가끔 라이딩을 따라 나는 왜가리 덕분에, 하늘을 미끄러지듯 나는 듯한 기분 좋은 라이딩을 경험하곤 하는데, 동해바다의 석양을 끼고 갈매기 무리들과 함께 하는 라이딩이란, 머릿속에 가득한 이미지이지만, 글로 쓰기가 쉽지 않다.
"백년손님"으로 유명해진 "후포리" 장터 근처에서 마지막 업힐(시리즈^^)을 준비하며 에너지 보충~. 영덕 "해맞이공원"까지 33킬로미터를 남겨두고,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내보려, 좋다는 건 다 먹어본다. ㅎㅎ
고래불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 아름다운 석양빛에 잠시 감상에 빠져보기도 한다. 이 순간의 동해는, 미려한 자연의 색감을 깨우친 유명화가의 파스텔화 작품 속에 담긴 모습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고래불 해변에 도착 직후에, 한낮의 라이딩을 달구던 해는 곧바로 떨어졌고,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이번 구간은 가로등도 흔치 않고, 차량통행도 적어, 야간 라이딩을 하기엔 빛이 턱없이 부족한 조건이다. 온전히 자전거 헤드라이트나 테일라이트에 의존해야 한다.
고갯길이 연속될 때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운힐 라이딩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다음 업힐을 위해 운동에너지를 축적시키기 위함인데, 칠흑같이 어두운 도로에서는 아쉽게도 브레이크를 잡을 수밖에 없다.
몇 개의 고개를 넘었을까? 뒤처진 멤버들과는 이미 거리가 꾀 벌어진 듯하다. 10여 킬로미터의 고갯길을 남겨두었을 즈음엔, 몇몇 멤버들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둠 가득한 이름 모를 조그만 어촌마을이어서 편의점을 찾아보긴 어려웠지만, 간판조차 없는 조그만 슈퍼를 발견하고, 일단 들어가 본다. 뭐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았다. 나도 먹어야 하고... ^^; 할머니 한 분이 한쪽 방에 앉아 계시면서 눈빛으로 반겨주신다. 가정집을 개조한 볼 품 없는 조그만 시골 가게였지만, 쿠키와 시원한 박카스가 눈에 들어왔다. 남은 거리는 약기운이다. ㅎㅎ
멤버들이 몇몇 씩 흩어져서 도착한 데다, 너무 어두운 마지막 인증센터에 도착한 우리는 사진을 남기는 것도 잊었다. 하늘 가득했던 별 무리만큼은 선명한 기억에 남긴 했지만...
삼척~영덕의 동해길 170킬로미터 라이딩은 밤 9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7시에 출발했으니, 14시간이 걸린 셈이다.
한적한 시골 어촌마을에서 저녁 8시 30분이면 식당들은 문을 닫는다. 그나마 식당들도 흔치 않은 듯하다. 어느 맘씨 좋은 공원 편의점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측은 했던지 꺼진 주방 불을 켜시며, 라면과 물회를 내어 주셨다. 다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라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물회와 라면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