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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를 닮았다하여 장화 코스

중랑천을 타고 광릉수목원, 도심 깊숙이 펼쳐진 자연, 왕숙천


자전거를 타면서 이런 순간은 중독성이 강하다.   몸의 건강, 마음의 건강, 자연의 건강, 그리고 함께 나눌 동료, 이 모든 게 있어야만 가능한 그런 것이기에, 그것도 농도가 아주 짙은 중독이다.


늦더위라 일컬을 만큼, 어깨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예사롭지 않지만, 상쾌한 가을바람으로 기분 좋은 라이딩이다.   이름도 재미난 "장화" 코스.   


중랑천 자전거길을 타고 의정부를 지나 광릉 수목원의 깊숙한 녹음 속을 달려 왕숙천을 따라 다시 한강으로 돌아오는 코스인데, 탄천-한강 합수부를 기준으로 대략 100km의 라이딩 거리다.   루트 트래커에 의해 그려진 모습이 꼭 목이 긴 장화를 닮은 탓에 그리 불린다.   

 

이 코스의 클라이맥스는 뭐니 뭐니 해도 키 높은 나무들이 이루는 깊숙한 숲 속에서의 쉼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광릉 수목원길이지만, 수목원을 지나 왕숙천 길 역시, 다듬어 지지 않은 자연의 숨죽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데다, 비교적 인적이 드문 자전거길이 꾀 잘 다듬어진 개성 넘치는 곳이다.


잠실철교를 타고 강북강변으로.

중랑천길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중랑천길은 하천의 크기나 주변시설들이 한강 뺨친다.   계절도 안성맞춤이어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들로 붐빈다.   


중랑천 변에서 잠시 쉬어가기.   자전거를 타기에 환상적인 날씨다.  

이번 라이딩에는 처음으로 조인하는 새로운 멤버가 둘 씩이나 있다 보니,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까지 한 몫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자전거 라이딩이 주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중랑천 자전거 길

중랑천 자전거 길 좌우로는 제법 긴 구간 동안 아파트 단지들이 이어져 있다.   서울과 의정부를 잇는 길이기도 하고, 중랑천이라는 하천의 이름값 아니겠나 싶기도 하다.


의정부 북단 즈음에서 자전거길은 끝이 난다.   이곳에서부터 왕숙천의 자전거길을 다시 만날 때까지는 공도를 이용해 차량들과 도로를 나누어 써야 한다.  


이번에 함께하는 새로운 얼굴들.   공도가 시작되기 직전 맥도날드에서 시원한 콜라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잡담.

장화 코스는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진 코스여서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43번 국도(호국로)와 98번 국도(광릉 수목원로)의 초입에서 짧은 업힐 코스를 만나게 된다.   이마저도 없으면 아쉬울 정도여서 초보 라이더들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함께 달려야 할 주말 차량이 많은 만큼, 안전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가급적 서로 떨어지지 않고 팩(그룹) 라이딩 대형을 유지해서 운전자들 눈에 쉽게 띄도록 한다.


43번 국도 언덕 업힐
43번 국도에서 98번 국도를 타고 광릉 수목원으로.

한동안 자동차들과 함께 달리며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광릉 수목원이 가까워지며 길 좌우로 뻗은 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지자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가슴이 후련해질 만큼의  평화로움이 가슴 한가득 밀려온다.   자전거를 타면서 이런 순간은 중독성이 강하다.   몸의 건강, 마음의 건강, 자연의 건강, 그리고 함께 나눌 동료, 이 모든 게 있어야만 가능한 그런 것이기에, 그것도 농도가 아주 짙은 중독이다.

      

광릉 수목원 앞으로 다가서자 차량도 줄어든다.
그렇지, 남는 건 사진뿐이지 ㅎㅎ
가슴 청소하기 좋은 날
수목원 입구
온 몸을 던져 작품사진을 남기는 처린
광각 카메라는 다리를 시원하게 늘려주니 감사 ㅎㅎ
결국 외계인으로 거듭난 우서라 클럽 멤버들
이제 맛있는 점심 먹으러 출발 하실까요?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광릉수목원로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한 후 60km 정도를 라이딩해서 그런지, 꾀 허기지다.   라이딩으로 팽팽해진 두 다리, 가슴속까지 말끔히 씻어주는 듯한 광릉 수목원의 맑은 공기, 흐르는 땀과 어우러져 시원하게 목덜미를 불어주는 가을 공기, 배만 채워지면 완벽한 상태가 되는 거다. ㅎㅎ


찾느라 몇몇은 헤매긴 했지만, "광릉 불고기"에 도착해서 땀을 식힌다.   "여기 맛집이래~"
맛집이라는 데, 상 한가운데 수북히 쌓인 돼지 불고기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왕숙천 자전거길.   한강에서 구리와 남양주를 잇는 길인데, 다른 여느 한강 지류 자전거길 못지 않게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편이지만, 북으로 가까워질수록 인적도 드물다.   


게다가, 왕숙천 상류는 고요한 자연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가끔 찾은 곳이기도하다. 유일한 흠이 있었다면 하천 하류 배수펌프장 근처의 악취였는데 그 마저도 정비되어 이젠 잦아든 듯하다.

 


한강으로 접어들기 전, 넓게 가꾸어진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어른들이라 불리기에도 한창 지난 나이들이지만, 애들처럼 놀 줄도 안다.    하기야, 어디 가서 이렇게 또 놀아보겠는가? ㅎㅎ


어딜가든 빠지지 않는 점프샷.   10번 정도 뛰어오른 후에야 힘겹게 찾은 샷.

놀아야 할 땐, 모든 걸 잊고 신나게 놀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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