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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라이딩의 맛과 멋 : 2편

강릉에서 속초까지


4. 숲 속의 아침


2일 차 출발 예정시간은 오전 7시인데도, 피곤하지도 않은지, 새로운 잠자리가 불편한 탓인지, 새벽 5시부터 한 명 두 명 잠에서 깨어난다.   도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부터 기다렸던 강원도 숲 속의 아침을 느끼기 위해 숙소 정원으로 나선다.  


강릉의 아침


깊은 호흡,  아~ 죽인다. ㅎㅎ


오늘은 삼척 버스터미널 시간에 여유롭게 맞추기 위해, 일찍 출발을 서두른다.  물론, 펜션 주인 어르신께서 알려주신 순두부 집에서 강원도의 맛있는 아침 식사를 기대하며~


2일차 출발 준비

펜션에서 15분 정도 라이딩을 해서 도착한 "토담순두부"  강릉에서 유명한 초당순두부마을 근처의 "허난설헌 생가터" 기념관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7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인데도 식당은 오픈~.



강원도 음식은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팔도음식 중 가장 '건강한 음식'이라는 혼자만의 인상을 가지고 있다.  '산이 있어 산채나물, 바다가 있어 싱싱한 회'와 같은 지역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다분히 묻어 있는, 근거는 딱히~ ^^


강원도의 아침에 맛 본 순두부찌개도 화려한 맛이라기보다는 밭에서 금방 캐어내 양념 없이 자연으로만 끓여 내어 온 그런 맛이다.  까만색의 된장, 오랜 시간이 요리한 듯한 반찬들.   강원도의 믿음직하고 묵직한 매력과 잘 어울리는 음식 코드다.


만족스런 아침식사를 마치고 허난설현 생가터를 바라보며 아침을 느껴본다.
무엇이든 기억하고 싶은 생각에 파란하늘과 오렌지색 지붕도 사진에 담고~ ㅎㅎ

든든한 아침식사도 마쳤고, 또다시 장거리 라이딩을 떠날 시간이다.   준비운동도 빠트리지 않고.   맛있는 순두부찌개로 배가 불러서 그런지, 왠지 스트레칭이 힘들어 ㅎㅎ



5.   강원도 동해를 달리다.   


1편에서 언급한 대로 동해 코스는 북에서 남으로서 내려갈수록 라이딩이 수월해지는 도로 상태와 세련미를 더해간다.


경포해변인증센터와 정동진인증센터 사이에 업힐/다운힐 구간에 위치한 "하슬라아트월드" 앞

지금까지는 드물던 업힐 구간도 나타나는데, 첫 번째가 괘방산을 끼고 달리는 코스다.   그리 긴 업힐 구간은 아니어서, 페달링과 댄싱을 섞어 넘고 나면, 시원한 다운힐이 정동진의 탁 트인 해변가로 안내한다.  


멀리서도 기차역과 정차해 있는 기차들이 해변 가까이 모여든 모습에 이번 구간의 목적지가 가까워졌음을 알게 된다. "정동진"이다.   그냥 지나칠 순 없지 ~



공원이 꽤 잘 조성되어 있고, 한눈에도 주변에 상업화된 먹거리와 즐길거리들이 가득하다.   꾀 넓은 지역인데, 새해 첫 해돋이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으로 들어찬다고 하니, 그땐 지금처럼 자전거로 여유롭게 누비는 그런 자유로움은 없을 듯하다.   한동안 휴식을 가진 후, 망상해변을 향해 출발.


이번 동해 코스 중에 가장 으뜸의 라이딩 코스를 찾으라면, 정동진 해변 ~ 망상해변 코스를 꼽겠다.   그중에서도 "심곡항"과 "금진해변"을 잇는 코스는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동해안 자전거길의 자연적 특성을 가장 기분 좋게 보여주는 코스랄까?



그래서인지 옥계항을 거쳐 망상해변까지 단숨에 달린 듯하다.   해안 언덕과 어우러진 코너를 돌 때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희열감을 안겨준다.   



워낙 길이 좋은 데다, 차량도 많지 않아 그야말로 로드바이크로 질주하는 쾌감을 느껴 볼 수 있는 구간이다.       


망상해변, 숨 돌릴 시간이다.   에너지를 보충하고, 멋진 해변의 풍광도 즐길 겸, 해변가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때 즈음엔 이미 바닥이 났지만, 아침에 황 라이더가 건네준 파우더형 운동 보조제를 처음으로 물에 타서 라이딩에서 중간중간 마셔 봤는데, 도움이 컸던 듯하다.   그냥 물과는 달리, 달콤한 맛이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냥 느낌일 수도 있지만. ㅋㅋ


건물 처마 끝에 자리잡은 제비둥지와 부부 제비.  동해에선 아직까지 제비를 볼 수 있다니...

얼마 만인가?  마지막으로 제비둥지와 제비를 본 것이.   가만히 보니, 둥지엔 새끼들도 있었고, 엄마와 아빠 제비로 보이는 두 마리 제비가 번갈아 가며, 먹이를 사냥해서 새끼들 주둥이를 채워주고 지키는 동안, 나머지 한 마리는 다시 사냥을 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제비를 쉽게 볼 수 있었던 시절에도 이런 광경은 드물었던 듯하다.   자전거를 타면 많은 게 보인다. ㅎㅎ



6.  패션 라이딩, 패션 라이딩 코스



이번 라이딩의 최종 기점인 "추암촛대바위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추암 촛대바위의 멋진 모습과 아름다운 해안길 경치 때문인지 훌륭하게 자리 잡은 관광지다. 언덕 위엔 유명한 쏠비치리조트도 보인다.   점심식사 장소로 가기 위해선 또 한 번의 업힐로 지나가야 할 코스이자 남쪽으로 이어지는 다음 인증센터로 향하는 길이다.


추암촛대바위인증센터의 부스 바로 옆에서 바라본 추암촛대바위 근처 해변


작년 라이딩을 시작한 후, 첫 1박 2일 장거리 라이딩은 남한강을 따라 충주 탄금대까지의 코스였는데, 들르는 인증센터마다 인증센터 스탬프를 찍은 인증수첩을 들고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했던 기억이 난다. ^^ 지금 생각하면, 딱히 쓸 데도 없고,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그렇게 하나의 '의식'처럼 시작한 "인증"인지라, 동해 자전거길을 라이딩을 기념하며 채워나가지 않을 수 없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인증 스탬프를 보며~ 뿌듯 ㅋㅋ


하얀 소금기로 물든 넓직한 등판 ^^


"패션 라이딩"이라는 말이 있다.  추측컨데, 스포츠 이상의 의미, 즉 '자기표현의 가치'로서의 라이딩을 즐기는 행동으로 라이딩 복과 액세서리, 자전거의 데칼 등이 어우러진 멋진 패션코드 라이딩을 의미하는 듯하다.  라이더에게 그런 패션코드가 있다면, 라이딩코스는 어떨까?   


바위와 언덕이 어우러진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동해안 자전거길은 여러 막과 장으로 구성된 화려한 뮤지컬 무대와도 같다.   라이더들의 "패션 라이딩"이 있다면, 라이딩코스들의 "패션 라이딩코스"가 있다. 바로 "동해안 자전거길".


안전라이딩 완주를 기념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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