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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라이딩의 맛과 멋 : 1편

고성에서 강릉까지, 굽이치는 해변 라이딩은 꿈만 같았다

동해 라이딩을 마치고 첫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길. 여느 평일 출근길과는 다르게 카톡이 바쁘게 울리기 시작한다.   "꿈같았던 라이딩을 마치고 출근하려니, 너무 어색하네요~."   함께 했던 모두들에게 꾀나 멋진 휴식이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도 그 여운이란 게 꽤 컸다.   달콤하고 멋진 휴가를 경험해 보지 못한 것도 아닌데, 유독 이번 동해 라이딩은 그 "꿈같았던" 휴식(라이딩) 탓에, 함께 했던 라이딩 버디들의 얘기처럼, 월요일 아침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사실, 일주일이 지나 포스팅을 하는 지금도, 그 푸른 바다와 눈부신 하늘을 끼고 달리는 회색빛 아스팔트와 그 옆을 깎아지듯 꽂혀 흐르는 소나무 언덕을 잊지 못한다.

   

라이딩 내내 맨 후미에서 뒤쳐지는 라이더들을 챙기면서 모두가 안전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 철인 준호.



1. 준비


라이딩 코스와 날짜는 이미 한 달 전에 정해 놓은 터다.   5개월 전, 아들과 함께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을 완주해 본 그 아름다웠던 기억 때문인지, 동해 라이딩을 준비하는 동안,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또 한 번의 '해변 자전거길 라이딩' 이, 다음날 소풍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처럼 한 달 내내 설레게 만들었다.


이제 출발~  안전한 라이딩을 기원하며.


8명의 라이더들은 우선, 로드바이크 라이딩의 매력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도록 백팩을 하지 않고 라이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론은, 고성까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되, 한 대의 차량을 준비해서 소지품과 기타 장비를 운반하고, 8명 전원이 풀 코스 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대리기사를 고용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라이더 교대로 차량을 운전해야만 한다.  



미리 예약해둔 숙소 사장님께 부탁해서 믿을 만한 대리기사를 섭외한 후, 만일의 경우를 위해 운전자 보험(저렴하다)도 들었다.   준비된 한 대의 차량 덕분에, 시외버스에 싣지 않고서도 8대의 자전거를 모두 동해로 옮길 수 있었다.


덕분에 일교차가 있어 추운 밤 기온을 대비하고, 최소한의 장비와 소지품들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어서, 우석의 하얀색 산타페는 이번 라이딩의 또 하나의 일등공신이다. ^^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이벤트일수록 섬세한 준비는 준비대로의 이유와 맛이 있다.  설령, 실제로는 더 좋은 방법과 대안을 마련하게 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생겨 계획이 쓸모없게 되더라도, 사전 준비 또한 여행의 일부여서 즐겁고 여유 있는 여행을 위해서는 필수다.   실제로 라이딩 동안엔 두 군데의 맛집과 카페만 계획했던 곳에 들르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만난 친절한 로컬분들의 추천장소로 ~  ^^  (실패할 수 없는 그런 장소들 ㅎㅎ)



이번 라이딩의 코스는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삼척 추암촛대바위인증센터까지 180여Km, 그리고 몇개월 뒤 삼척에서 영덕까지 170km, 총350여km 에 달하는 코스다.  


동서울터미날에서 대진시외버스터미날로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통일전망대 가장 가까운 곳(대진)으로 이동.   대진시외버스 터미날에서 북쪽으로 3.6km만 올라가면 통일전망대인증센터다.   그 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라이딩하면 180km의 동해안 라이딩이 시작된다.



예상 밖의 한적한 시골 시외버스터미날, 대진.   자전거를 실은 차량보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그 곳에서 인심 좋은 터미날 지킴이 할머니의 재밌는 수다와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새끼 강아지들과 함께 따뜻한 고성의 오전 햇살을 즐겼다.   이 낯설지만 정겨운 곳을 어서 달려보고 싶다.   우리 자전거는 언제 오려나~ ㅎㅎ



2. 한적한 시골의 향기와 짙은 사람냄새, 고성


터미날을 지키고 계시는 할머니는 수다쟁이셨다.^^  아직도 해변가에 설치되어 있는 철책망이 말해주기라도 하듯, 수십년 전에는 휴전선에서 들려오는 북한의 선전방송이 그렇게 무서우셨단다.   그도 그럴것이 그 시절에는 무시무시한 간첩이나 무장공비사건 소식이 어린학생들에게는 공포였으니까 말이다.   


맛집 위치 알려주시는 그분 ^^


그 친절한 할머니는, 지연된 시간 때문에 이미 허기를 느끼기 시작한 우리 우서라 라이더들에게 "자전거는 먹고 타~, 힘이 있어야지~" 라고 하시며, 맛집을 소개해주셨다.   북천철교인증센터를 지나 점심식사를 하려 했던 계획을 바꾸어, 이곳 대진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계획 변경~.    '배고파 ㅠㅠ'


뭔가 큰 이벤트를 치르기 직전에 생기는 소소한 사고들을 우리는 '액땜'한다고 한다.   큰 일을 앞두고 조그만 일이라도 긍정적인 관점으로 보려했던 우리 어른들의 지혜였겠지만, 출발 후 30초(?)즈음 되었을까?  첫 펑크다.   오랜동안 MTB라이딩을 해오셨다는 권라이더.   첫 로드바이크를 구입하고 첫 라이딩에서 30초만의 펑크~.   요란한 신고식일 법도 한데 아무튼, 워낙 이번 라이딩엔 경험 많은 라이더들이 많아, 어렵지 않게 응급처치 후 다시 출발, 첫 인증센터이자 출발점인 통일전망대인증센터에 다달아 그 출발을 알린다.  



그리고 기분 좋은 진짜 출발~!  8명의 로드바이크 라이더들의 열 지은 그룹 라이딩 또한 재미와 멋이다.   아직은 성수기에 접어들지 못해 넉넉한 도로는 시원한 동해 라이딩을 하기에 안성마춤이었다.   ㅎㅎㅎ 그러나, 또 한번의 권라이더 타이어 펑크!   



이 쯤 되면, 펑크나 시간 지연이 중요한게 아니라, 급속히 저하될 권라이더의 사기를 보살펴야 할 상황.   오랫동안 사랑받던 권라이더의 MTB자전거가 심술이라도 부리나 본데, 연신 "미안하다"는 권라이더.  "힘내세요. 이것도 여행의 맛입니다." "액땜해주셨어요 ^^ "


두번째 펑크사고 수습 후,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아까 그  터미날 지킴이 할머니(^^)께서 알려 주신 그 횟집에 도착.   물회 8 그릇을 주문하니, "얼마나 시간이 있으시냐"고 한다.  생선회를 지금 떠야해서 그렇단다.   얼마나 싱싱할까~ ^^   이미 입안엔 군침이 가득하다.   기왕에 늦어진 여행, "맛"을 포기할 순 없지~. ㅎㅎ



파라솔 아래여서 바알갛게 젖어버린 사진(위)이지만, 그 맛 하나는, '내가 지금까지 맛 본 물회 중 으뜸' 이었다.  (참고로, 나는 물회를 무척 좋아한다.)   게다가, 친절한 주인 아저씨와 수줍은 우리 종업원 분. ^^   맛있는 식사를 끝내고, 그냥 떠나기 아쉬워 사진 한 컷~!   지금도 그 물회를 맛 보러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대진항에 위치한 "해동횟집"이다.


친절하신 해동횟집 사장님


이래저래 늦어진 바쁜 라이딩 길이지만, 언제 재발 할 지 모를 권라이더의 타이어 업글을 위해, 고성읍내 자전거포를 찾아 코스를 변경하고 지역 자전거포를 찾았다.  하지만, 다양한 타이어를 구비하고 있기에는 다소 외진 시골이었나 보다.   업글할 수 있는 타이어가 없어서, 공기압을 조금 줄여서 라이딩 해 보기로 한다.


다행히도 그 후 라이딩을 마칠 때 까지, 권라이더의 자전거는 물론, 어느 누구의 자전거도 문제는 없었다는~.   액땜이 맞았다. ㅎㅎ


3.  바람내음, 바위, 모래, 물, 그리고 하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바람을 가르며, 시골 어촌 마을의 한 코너를 돌아 들 때, 눈 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항구와 바다, 그리고 코 끝에 들이대듯 밀려드는 진한 바다의 내음~.   '꼭~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


북쪽에서 시작하는 동해안자전거길은 예상 보다는 아직 덜 다듬어졌다.   아니 일부러라도 테마길을 조성했을 수도 ㅎㅎ.   강원도 특유의 지형 때문인지, 군사적 여건 때문인지, 비포장길은 물론, 계단, 모래밭 등, 짧지만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구간도 발견된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 갈 수록 그 형편은 좋아지는데다, 그것 마저도 동해자전거길의 색깔이다.   바다와 함께 하는 산과 언덕 특유의 오르막, 그리고 내리막.  재미지다 ^^  물론, 아래 쪽으로 나아가다 보면 외국 해변을 연상 시키는 이국적 지역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바램을 듣기라도 했던지, 머지않아 시원한 자전거길과 함께 만난 "아야진항".   멋진 곳이다.  심지어, 이곳에 자주 와 본 라이더는 "집을 짖고 살고 싶은 곳"으로 극찬한다.   역시, 동해는 우릴 실망시키지 않아~ ㅎㅎ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순 없다.   만끽하고 가자.  


아야진, 네르하 카페


피곤한 근육을 쉬게 하면서 갈증까지 해소해주는 카페는 장거리 라이딩의 백미다.   시원한 커피와 물통에 얼음 보충까지~.  


동해안자전거길은, 우리가 길을 잃은 것일 수도 있지만, 종종 해안도로를 벋어나 약간 내륙 쪽의 큰 도로를 타야하는 경우가 있다.   느낌으론, 제주도 보다 내륙 라이딩 비중이 높은 듯하다.   그래서, 더욱 안전에 신경을 써야한다.   봉포해변을 향하는 길이었던 것 같은데, 근무대기 중인 경찰차 옆에서 신호를 기다리니, 웬지 보호받는 느낌마저 든다.  ㅎㅎ  



사실, 도로에서의 자전거 좌회전은 훅턴*을 해야하는데, 맘씨 좋은 강원도 경찰관께서 봐 주신듯. ㅎㅎ


훅턴: 자전거 도로 좌회전은 1차선에서 차량과 같이 좌회전 해선 안된다.   직진 신호로 교차로 건너편으로 이동한 다음, 좌측 방향으로 가는 대로변 제일 바깥쪽 차선에서 기다렸다가 직진신호와 함께 차량들과 직진한다.


동해안 자전거길을 준비하며 여러 자료사진으로 익숙해졌던 그 곳이다.  '아~ 여기였구나~!'  어색하지만, 뽐내보고 싶은 모델 본능을 깨워, 사진 한컷 씩~!



그룹라이딩은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다.   '좋은 만남'이자, '벗과의 여행'이기에, 목표지점을 향한 '기록(performance)'이나,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 등은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물론, 시간지연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야간 라이딩을 하게 되는데, 초행길의 야간 라이딩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게 좋다.   


애초 계획보다 늦어진 일정이지만, 자전거 여행만이 안겨 줄 수 있는, 그 지역을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여행의 목적 중의 하나인 만큼, 포기하지는 않는다.  ^^     


오랜 라이딩으로 지친 근육을 위한 달콤한 휴식과 그 지역의 맛을 음미하는 시간.
달콤한 휴식과 푸근한 대화

동해변길에서 태백산맥을 바라보며 저물어가는 태양이 만들어내는 석양 빛 또한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움이다.   이런 씬(장면)들이야말로, 강원도 동해안자전거길이 가진 색깔이자 맛이다.   이런 멋진 장면들을 만날 때면 잠시라도 멈추고 싶어지는데, 만약 그랬다면, 자정까지도 숙소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



예상보다 길어진 야간 라이딩이지만, 안전하게 도착한 숙소에서 꿀맛보다 달콤한 저녁식사와 대화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들과의 라이딩에서도 알게 된 것이지만, 땀 흘리며 도전하는 과정을 함께 할 때, 특유의 연대감과 우정을 느끼게 된다.  서먹서먹했던 첫 만남이었을지라도 쉽게 가까워지고 알게 되듯이.   

 


한껏 바다를 끼고 달려온 길이지만, 하루의 끝에서 만난 숲속의 작은 보금자리 같은 숙소는, 가슴 깊숙히 느낄 수 있는 내일 아침 맑은 공기에 대한 기대로 가득 채운다.
 

1편 끝.



* 이글은 바이크미슐랭 티스토리의 2017년 5월 라이딩 기록을 브런치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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