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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 Jul 10. 2024

야 회사, 나 너 좋아하냐

뉴욕이 뭐길래..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올렸다.

'뉴욕에서 8시간 경유! 무얼 하면 좋을까요?'

새로 생긴 베이글집, 새로 생긴 바, 다녀왔던 좋은 레스토랑, 다녀왔던 좋은 바,

꼭 가봤으면 한다는 카페와 재즈바, 새로 생긴 랜드마크, 야경 보기 좋은 루프탑 등.

인스타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지인들이 뉴욕의 좋은 곳을 계속해서 추천해 줬다.


이런..

좋은 사람들.

어떤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좋았던 것을 나누는 마음.

좋았던 경험과 공간을 공유하는 그 마음의 선함과 다정함이 마음 깊이 들어왔다.

추천해준곳을 다녀온다면, 여행 후 우리가 나눌 대화의 공통된 주제가 될 것이다.

그 선함이 하나의 선이 되어 우리를 연결하는 단단함이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고마워요.


그나저나,

이 추천받은 곳을 다 가려면 헤르미온느가 되어 몇 번의 모래시계를 돌려야 할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몇 곳으로 추리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 수 없었다.


여길 보면 여기도 좋아 보이고,

그날 하필이면 유명하다는 팀들이 재즈바 곳곳에서 공연을 하거니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뉴욕에 다 있다던데

이 식당을 들리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함께 가게 된 부장님께 살짝..

하루정도는 미리 출발해도 되는지 여쭤봤다.

다른 회사들은 출장 전후로 연차 써서 여행도 겸사겸사 하고 온다던데,

우리 회사는 왜... 하는 불순한 마음이 불쑥 올라와버려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부장님의 말은,

'상무가 그런 거 싫어해, 자기가 가면 연차 써서 갈 텐데 우리가 하면 엄청 싫어해. 출장을 일하러 가지 놀러 가냐고 할걸? 그럴 거면 가고 싶은 네가 말해봐.'이었다.


아, 우리 부장님의 성격을 간과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 내 이미지와 위치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말실수했다 싶었다.

그럼에도 하루의 시간은 포기가 되지 않았다.


'네, 그럼 상무님께 제가 말씀드려 볼게요.'


다행히도 다구간으로 조회했을 때 비행기 가격이 기존 최저가와 별반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상무님은 하루면 되겠냐며 본인이었다면 1주일은 먼저 갔을 거라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차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만근하고 생기는 월차만 있었는데, 그마저도 대만과 마카오 여행으로 소진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여행도 무척 즐거웠으니 후회는 없다.)


그래서 이 하루는 무급 보건 휴가를 써서 다녀오려고 했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보건 휴가를 쓴 직원이 없었다고는 했지만,

뉴욕에서 하루를 위해 보건 휴가를 쓴 최초의 직원이 돼 보는 건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무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셨다.

'우리 회사 연차 먼저 쓸 수 있어~ 연차 대출해서 다녀오세요~'

대출(?)이 된다면 며칠 더 쓸 걸, 간이 크지는 않고 오히려 부장님 눈치가 보여 하루만 사용하기로 했다.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너무 기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를 학회에 데려가는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 생겨

이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생각해 보니 여름휴가와 겨울휴가 없이 기본 연차만 있는 회사.

복지가 좋다고는 못하지만,

뉴욕을 가게 해 준다는 것 만으로 회사 만족도가 무척 높아졌다.

뉴욕이 뭐라고 정말.

회사를 다 좋아하게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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