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뜰밖 Apr 08. 2020

허무의 바다로, 출근


나에게 쓰는 일은

허무의 바다에 구명조끼를 내던지는 일



그러니까 퇴근은 했는데, 허무의 바다로 출근했다.

코로나 블루-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하면서.

거리를 두되, 마음은 가까이 하자는 구호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거리가 가까워도 마음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음을...


그런데 어찌, 거리 두기를 하며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걸까? 언어와 말을 잊어버리고 있다. 나의 언어를, 말을 다시 찾고 싶어 서점 한켠에 앉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메모를 남긴다.


나에게 쓰는 일은 허무의 바다에서 구명조끼를 내던지는 일. 백희나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다시, 고통을 생각했다.


그가 책갈피마다 녹여낸 아름다운 이야기의 물 밑에는 썩어가는 사회의 침전물이 있었고, 그는 그 안에서 고통스러웠다. 고통을 비료 삼아, 싹을 밀어 올리는 엄마로서 그는 토양을 다져내고 또 다져냈다. 세상과 연결된 사랑하는 인간들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차라리 먼지가 되고 싶다고 했던 이야기.


고통, 나이 39살에 다시 들여다보는 단어. 고통은 오래되어도 그 신선함과 아린 맛이 녹슬지 않아서 마주할 때마다 아프다. 겪어본 고통이라고 덜 아프지 않듯이.  고통의 우물에 흐드러지게 피어 떨어진 벚꽃들이 바람에 휘날린다.

작가의 이전글 킥보드와 명탐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