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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뜰밖 Apr 02. 2020

킥보드와 명탐정

3주째 외할머니 집에 격리되어 있는 지성이는 스스로 누군가의 물건을 잘 찾아주는 일에 어깨가 으쓱해져 있었다.

7살이라는 순간에 향유할 수 있는 너만의 킥보드.

엊그제 할머니가 잃어버렸던 차 키를, 다음날 운동장에서 찾아낸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면서, 자기는 물건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재능을 발견한 듯했다. 우리는 자신의 주먹만 한 차키를 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에서 찾아낸 일을 실제로 기적처럼 여겼고, 무엇보다 다행스러웠고 고마웠다. 차 키를 찾거나 새로 맞춰야 하는 어른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었으므로. 어른의 감탄은 이처럼 실제 이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칭찬의 전제는 ‘우리의 수고로움을 덜어준 너에게’.

지성이는 운동장에서 주로 킥보드를 타고 노는데, 며칠 전 킥보드 사건이 터졌다. 지성이가 놀다가 잠시 세워둔 킥보드를 자신의 것이라고 우기는 ‘초등학생 누나’가 나타난 것.

끝까지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 똑 부러지는 초등학생을 우리 엄마는 설득할 방법과 증거 없음에 막막했다. “이거 이러다 경찰서에 가서 누구의 킥보드인지 지문 검사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라고 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

스스로 물건을 잘 찾는 명탐정이라 불리길 바라는 지성이가 묘안을 짜냈다.

“그럼, 누나 킥보드가 어디 있는지 같이 찾아보자!”

이 말은, “이 킥보드는 나의 것이므로 너의 것을 같이 찾아봐주겠다”는 말이었고- 엄마와 초등학생 누나, 지성이 동생 서진이, 그리고 명탐정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누나의 킥보드를 찾기 위해. 결론은 명탐정이 축구 골대 옆에 세워진 주인 잃은 킥보드를 찾아냈다.

지성이의 현명함에 할머니는 감탄했다. 우리 가족은 또 지성이가 킥보드를 찾은 일에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난 지성이에게 “이제 킥보드에 이름을 쓰자. 또 같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냐”라고 했다. 그러자 지성이는 대꾸했다. “엄마 내가 김지성이라고 썼는데, 나랑 이름이 똑같은 애가 자기 거라고 하면 어떻게 해? 이름이 똑같을 수도 있잖아.”


 명탐정, 네가 이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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