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마이아 에켈뵈브
이혼 후 다섯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청소 노동자로 살았던 마이아 에켈뵈브의 문장을 만나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어요.
아니, 무슨 이런 책 제목이 있나 싶은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책을 집어 들었던 때는 셋째 아이가 막 태어나고 조리원에서 나온 지 2주 의 시간이 흐른 후였어요.
이제 갓 신생아 시기를 시작한 아기를 떼어놓고 달려간(실제로 달려가진 않았죠)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습니다. 책은 후루룩 국수를 먹듯 읽혔습니다. 쓸고 닦는 일에 대한 기록인 만큼 그의 문장은 단조롭더군요. 그런데 슬프고 외로웠습니다. 국수를 먹고 난 후의 어떤 든든하지 않은, 허함 같은 게 느껴지더군요. 그의 문장을 대하는 동안 책을 다 읽은 후에 작은 인스타 공간에 리뷰를 써 내려갔습니다.
“이혼 후 다섯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청소 노동자로 살았던 스웨덴 여성의 일기. ‘글쓰기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간절히 쓰는 사람만큼은 구원할 수 있다’는 문장에 책을 샀다.
또 한 번의 출산을 경험하면서 시선이 머문 곳은 대학병원 산부인과 병동의 필리핀 여성 청소 노동자. 식사를 배달해 주는 식당 조리사, 산후조리원의 빨래 청소 노동자. 지금 집에 와 계신 산후돌보미까지. 모두 엄마이자 여성이라는 교집합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하는 일 역시 신생아를 돌보는 일이 중심이었으나 더럽혀진 무언가를 깨끗하게 닦는 일은 제외됨이 없었으니.
순간, 이 책 제목을 보고,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살아야 했던 스웨덴 여성의 삶이 내게로 왈칵 덮쳤다. 첫째 둘째가 없는 틈을 타, 갓난아기를 또 다른 여성에게 맡기고 달려간 타임스퀘어 주차장 입구에서는 영등포 집창촌에서 허리를 반쯤 구부린 채 열심히 유리창을 닦고 있는 중년 여성들을 스쳐 지나야 했다.”
인스타를 다시 열어보니, 우리 여성들은 서로가 서로에 빚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이 떠오릅니다. 워킹맘이 비운 자리에는 워킹맘의 늙은 엄마가 소환되고, 한국인 여성이 비운 자리에는 또 다른 외국인 여성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니까요.
나의 엄마, 너의 엄마, 엄마로 살아가는 이들이 손을 잡고 흐느끼며 춤을 춥니다. 돌봄 노동을 우리보다 잘할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면서. 지구는 돌고 돕니다. 돌봄 노동이 잡아당기는 여성들의 연약하면서도 강한 힘을 지렛대 삼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