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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뜰밖 Apr 15. 2020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했을까?

아이들을 뽀송뽀송하게 씻기고 누웠다.

“엄마, 이 책 보여줘어~”

이제 갓 말이 터진 4살 서진이가 책을 주섬주섬 들고 다가온다. 책은 ‘엄지공주’, 2008년에 출간된 책으로 원작은 그 유명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덴마크의 동화작가다.

그가 세상을 떠난 연도를 찾아보니 1875년으로 나온다. 대표작은 그 유명한 인어공주와 미운 오리 새끼였다. 19세기의 동화작가가 쓴 책이 20세기를 넘어가, 아시아의 그것도 한국인 엄마의 손에 들려 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노라니- 이 책의 수명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안데르센의 작품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서겠지’하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주 많은 동화책의 시작이 그렇듯, ‘아주 먼 옛날에’로 시작되는 엄지공주 책은 아기를 무척 갖고 싶어 하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로 전개됐다. 예쁜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아주머니는 마녀에게 작은 씨앗 하나를 선물 받았고, 그 씨앗을 심었더니 튤립이 활짝 피었다. 꽃잎 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엄지공주가 앉아 있었다. 엄지공주 이야기의 출발은 이랬다.

그런데, 엄지공주의 험난함 삶이 시작된다. 어느 날 밤, 엄지공주가 호두 껍데기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두꺼비 한 마리가 엄지공주를 업고 도망을 간다.(납치다) 그리고 말한다. “앙증맞기도 하지. 우리 아들 색싯감으로 삼아야겠는 걸.”(좋게 말하면 김칫국, 나쁘게 말하면 명예훼손?;; 이거 뭐라고 해야 하나요?)

두꺼비의 집은 연못 진흙 속이었고, 두꺼비는 아들을 불러낸다.
“아들아! 네 색싯감을 데리고 왔다. 어서 나오너라.”
아들이 말한다. “야, 귀엽다! 마음에 쏙 든다.”

두꺼비 엄마는 결혼 준비에 들어간다. 이어지는 엄지공주의 삶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뒤 이어 물고기 떼들이 연꽃잎 줄기에 앉아있는 엄지공주를 탈출시켜주기 위해 줄기를 잘라 주고, 나비는 실을 엮어 연잎 배를 끌어 준다. 엄지공주는 아름다운 이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해 꽃나라 왕국으로 도착한다. 그리고 거기서 왕자님을 만나 결혼을 한다.

연식이 오래된 동화책들은 왜 하나같이, ‘아주 먼 옛날’로 시작해 주인공 공주는 항상 어려움에 처하고, 항상 누군가의 기가 막힌 도움을 받아 멋진 왕자님을 만나는 것으로 끝이 날까? 결혼이 성사되려면 ‘남성의 고백과 용기’만 있으면 된다. 여성이 남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생각할 틈은 전혀 주지 않는다. 남성이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하면, 다음 장에서 여성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 사랑은 쌍방인데,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사랑은 일방적이다. 엄지공주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났다.

“엄지공주와 꽃나라 왕자님은 결혼을 했고요.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지요.”

이 책을 4살 서진이와 7살 지성이가 같이 읽었는데, 나는 여전히 뒷문장이 또 마음에 안 들어서, 내 마음대로 한 문장을 덧붙였다.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을 했고, 행복했지만 가끔 싸우기도 했답니다. 의견이 안 맞을 때가 많았거든요. 싸우면서도 다시 화해하면서 둘은 더 행복해졌습니다.”

아직 한글을 완벽하게 떼지 못한 지성이가 되물었다. “엄마,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 그다음에 싸우기도 했다는 게 여기 써 있어?” 지성이가 마지막 문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문장이 그 문장이냐면서.

#백희나작가님의수상을축하합니다
#안데르센 #엄지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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