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단출한 입학식
아이들에겐 짧지만 부모에게는 유독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세 아이는 각자의 배움터로 향했다. 막내 이현이는 어린이집을 수료하고 두 형이 다니는 학교의 병설 유치원에 입학했다. 집에서 30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차량 기사님이 더는 우리 집까지 등하원을 하실 수 없게 되었고 어린이집에서도 새 기사님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첫 정이 든 공간을 떠나는 게 쉽지 않은 성격이라, 막내의 어린이집과 이별하는 일은 내게도 참 어려웠다. 아이들과 떨어져 평일 도시 생활을 했던 내게, 막내가 정 붙이고 안전하게 다녔던 어린이집은 무척 든든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2월 내내 영종도 할머니 댁에서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은 3월을 맞아 개학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막내의 유치원 입학으로 세 아이가 같은 울타리 안에 머물게 됐다. 서울의 복작복작한 교육 환경을 벗어나 너른 자연에서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고파 농촌으로 왔지만, 전교생이 5명뿐인 인구 소멸 지역의 현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아이가 자연의 선물을 만끽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체된 환경 속에 아이를 두는 건 아닐까 염려되기도 했다.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이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라는 사실은 농촌 유학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막내를 끝까지 어린이집에 보내려 고집했던 이유도 그곳에는 10여 명의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현이가 입학하며 쌍둥이 친구들이 들어왔고, 기존 원생 2명을 더해 5명의 공동체가 꾸려졌다. 무엇보다 마음이 놓이는 건 점심시간마다 식당에서 세 형제가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생들을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품어준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첫째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며 했던 말이 기억난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다행이야."
시골 생활이 약간 지루해진 걸까. 4학년 2학기 때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큰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흥미롭다. 무엇이 다행인지 차마 묻지 못했지만, 자본주의의 냄새가 나지 않는 시골이 녀석에겐 그저 촌스럽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골길을 걷다 보면 삶의 중요한 본질을 깨닫게 된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도로에 차가 가득하고 쇼핑몰마다 인파가 넘치는 서울에서는 내가 멈춰 서도 세상은 알아서 돌아간다. 대형 스크린은 꺼지지 않고 카페의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 시골에서는 내가 걷기를 멈추면 온 세상이 멈춘다. 바람 잔잔한 날에는 오직 바람만이 내 볼을 스칠 뿐이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 교육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끊임없이 쏟아진다.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몸으로 직접 배우고 실천하는 것은 '몸'을 가진 인간만이 누리는 유일한 특권이다.
"손과 발을 움직여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보여줄 뿐이다. 삶 자체가 곧 주장이다."
김소연,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