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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 Nov 21. 2015

전파의 송신

자신과 취향이나 생각이 닮은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들 글과 인터넷 따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전파를 쏘아 보내는 것처럼. 전파는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닐 테고, 언젠가는 어딘가에 닿겠지요. 그런 맥락으로 말입니다. 






올 초여름에 '밤을 달리는 스파이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째선지 공책에는 '천문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기록해 놓았지만요. 누가 정했는지 모를 '청소년 문학'이라는 얼토당토않은 틀 때문인지 가벼운 서술과 어설프게 잡힌 방향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밤하늘 아래에서의 분위기가 그려진 점은 좋았습니다. 

31쪽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다만 말로 하면 그 순간 진부하고 흔해 빠진 무언가로 변해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침묵하기로 했다. 언젠가 정말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날 때까지.' 라고요. 이 부분을 읽다가 생각이 떠올라서 이런 글을 남겨두었습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그리고 토라진 표정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모습 두 가지를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재미있지 않나요. 토라진 경우의 언젠가 정말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날 때까지 소중하게 품어는 두겠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삐졌어 하는 태도가요. 실제로 무심하든 아니면 토라지든 간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정말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인터넷에다가 글을 올리고 누군가 봐 주기를 그리고 공감하기를 바라는 것일 겁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결국에는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파'를 보내고 응답을 기다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전파를 쏘아보내면 다른 누군가가 수많은 전파들 중 하나를 낚아채고 답신을 보내는 방식이라니. 인류가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전파를 쏘아보내는 것과 꼭 닮아 있습니다. 결국 '정말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막연한 일입니다. 또 만난다고 해도 온전히 전달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그 일말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 시도가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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