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그려주세요.

경험 디자인 실무

by 류동석

'예쁘게 해주세요, 멋있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디자이너들이 자주 듣는 말일 거다.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디자이너를 그림만 그리고, 스타일에 국한된 직업으로 생각해서 아주 천시하는 고정관념이 머리와 몸에 배어 있는 천한 교양에서 나오는 '당신을 별로 존중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경우에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로 생각한다. 물론 반박할 논리도 있다. 디자이너의 결과물이 아름답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면을 높이 생각하고, 다른 더 중요한 면은 알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스타일링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하는 디자인 결과물의 한 가지이다. 적절한 문제 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해결 방향, 차근 차근 연결고리를 풀어 가는 과정의 창의성, 디자인 결과의 심미성, 사용 과정의 미려함과 작은 감동들, 대상 고객의 만족과 사회적인 의미, 고려할 것이 너무 많은 과정에서 '예쁘게 그려주세요'를 너스레 좋게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중요한 고려 점들은 자기가 먼저 생각해 놨으니, 그림만 잘 그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다.


이런 고객과 파트너를 만났을 때,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한다. 1. 프로젝트는 안해야 겠다. 2. 어렵지만 설득하면서 잘 풀어가며 해보자. 순진하던 시절에는 설득하면서, 디자인의 다른 면을 알려주고, 아군으로 만들고 언젠가는 디자인 의미 홍보가가 되기를 기해하면서, 설득을 택했지만, 요즘은 일을 같이 안 하는 편을 선택한다. 왜냐면, 세상에 의외로, 양식 있는 고객과 파트너가 많기 때문이다. '예쁘게'라는 말로만 표현하는 양식을 가진 분들은 대부분 자기 기준에 맞아야 디자인 결과물이 합당하다고, 완료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Product을 사용할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기준에 맞아야 한다고 한다. 디자이너는 대중을 위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 머릿속에 들어가서 개인 취향을 맞추는 비위 맞추는 개인 디자이너가 아닌데, 왜 그 사람의 취향에 맞추어야 하는가? 의외로 자기도 모르게 이런 영향을 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말로 '아이콘이 마음에 안 들어요 / 저는 개인적으로 ooo색을 좋아하고, 강한 색이 좋습니다. 바꾸어 주세요 / 폰트가 잘 안 보여요 / 비례가 제 기준에는 안 맞습니다. ' 이 모든 말이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럼, 디자인의 의미는 잘 알고 있는데, 난 알고 있는 표현이 예쁘게 그려주세요 밖에 없는걸'이라는 분은 난감하다. 그럴 때는 '의미가 있고, 대상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주세요'라고 하면 적절할 거라 생각된다. 디자이너 들끼리도 예쁘지 않다는 말은 쓰기는 한다. 그런데, 그건 디자이너가 디자이너한테, 여러 가지 요소 중에 미적인 부분이 떨어지니 어떻게 좀 개선해봐라의 전문적인 맥락이 깔려있는 전문가 간의 의사소통이다. 이걸 비 디자이너가 디자이너에게 말한다는 것은 그냥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둘 다 수치스러운 상황이다. 디자이너 들끼리도, 조금 더 좋은 표현을 하자면, '심미적 기능이 안 좋으니, 조금 신경을 쓰면 더 좋아질 것 같다' 정도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