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지도
"우리 더 혁신적인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경쟁사도 도통 새로운 게 없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험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객사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분야에 깊이 몰입해 있을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정답은 보이지 않기 마련이죠. 소위 말하는 '터널 시야(Tunnel Vision)'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창조란 드물다"는 사실을 상기하라는 것입니다. 혁신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모델을 비틀고 새로운 개념을 유입시켜 '변형 진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에도 '공용 모델'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경험의 상세 설계는 달라지지만, 사용자가 느끼는 본질적인 '사용자 경험 모델(User Experience Model)'은 산업군을 막론하고 상호 참조될 수 있습니다.
혁신의 방향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다면, 지금 우리 산업의 경쟁자들을 보는 대신 '경험의 레벨이 가장 높은 다른 산업군'을 들여다보세요. 저는 이를 '타 도메인 벤치마킹(Cross-Domain Benchmarking)'이라 부릅니다. 비즈니스의 영역은 다르지만, 우리가 해결하려는 경험의 모델이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다른 도메인을 찾아 그 정수를 빌려오는 방법입니다.
왜 은행 앱은 은행만 들여다볼까?
예를 들어, 로그인이 너무 복잡해 골머리를 앓는 은행 앱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담당자들은 항상 경쟁 은행들의 앱만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잘못된 접근입니다.
로그인이라는 '경험의 조각'만 떼어놓고 본다면, 분야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로그인을 가장 빠르고 직관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참고해야 합니다. 그것이 게임 앱이든, 커머스 플랫폼이든 상관없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경험 모델을 우리 도메인에 이식하는 것이 진행 속도를 높이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한식당의 인테리어는 꼭 한옥이어야 할까?
최고의 한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라고 해서 입구와 가구가 꼭 전통 한옥 스타일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인테리어가 가장 뛰어난 하이엔드 편집숍이나 현대적인 갤러리를 참고했을 때, 고객은 이전에 없던 '감각적인 한식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스티브 잡스가 말한 '커넥팅 더 닷(Connecting the Dots)'의 실체입니다. 평소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살펴본 경험의 파편들이, 전혀 다른 사업 영역에서 혁신의 실마리가 되어 연결되는 것이죠.
호기심이 곧 혁신의 자본입니다
결국 타 도메인 벤치마킹을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내 분야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도 "이건 왜 이렇게 설계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혁신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누군가 완성해 놓은 훌륭한 경험의 모델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의 비즈니스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여 연결하는 것. 그 '한 끗'의 차이가 당신의 서비스를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옮겨놓을 것입니다.
*아티와 논의하며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