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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진의 식당공부 Aug 28. 2024

폐업과 창업 사이

❮폐업과 창업 사이❯     


성공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가슴 벅찬 뭔가를 가져다주지요.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지지 않았다는 사람도 알고 보면 누구 못지않은 성공이라는 욕망의 꿈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아주 잠깐씩 생각해 낼 뿐 오랫동안 잊혀지고 더러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 졌을 뿐입니다.     

성공이란 참 이상합니다. 현실로 만들어 보이기엔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성공을 하려는 힘이 생기거나 또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고통이나 어려움이 뭔가 있어 보이더군요. 

평범한 범인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대부분 세속적인 성공을 말합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성공해 그럴듯한 고급승용차와 강남의 아파트에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하지요.      


군자는 이런 것이 성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성공이란 물질적인 탐욕이 아니라 고매한 정신적인 가치의 어떤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나는 성공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아니 선악의 구분처럼 이등분해 가르고 싶지 않습니다.

내게 성공이란 부와 명예, 그리고 자신의 꿈이 어우러진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8월 31일, 이 날은 꿈에도 잊지 못할 날입니다. 외식업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전을 가지고 도전했던 첫 식당을 송두리째 말아먹고 문을 닫는 날이었기 때문이었거든요.

3년 동안 5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고 문을 닫는 그 날, 아쉬움보다는 시원했습니다. 분노보다도 드디어 식당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이 솔직하게 좋았습니다. 다시는 식당비즈니스는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 또 다짐했지요. 식당만 아니면 무엇을 하더라도 잘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은 뜨였지만 느즈막까지 일어나지 않고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만의 휴식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내는 아침을 차려놓고 출근했더군요. 

해가 중천이나 뜬 다음에서야 세수를 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었습니다. 신문도 하나하나 읽으면서 패배가 준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아빠가 집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면서도 좋아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었습니다. 목이 메였습니다.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죠.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외로움과 고통에 빠졌을 때 스스로를 일으켜준 친구는 책이 유일했습니다. 선비처럼 살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밥장사를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없으니 바깥으로 나갈 일도 없었습니다. 새벽에 운동하러 나가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사놓고 보지 않았던 책들을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원 공부도 겸해서 인문서적과 경영학 서적을 많이 읽었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 유홍준의 완당평전,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윌 듀란트의 역사속의 영웅들,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피트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아니카 로딕의 영적인 비즈니스,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등등 역사와 인문, 경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책 사이사이 행간의 의미를 배우려 했습니다.   

   

실학자 홍대용은 마음을 간직하고 대의를 본 다음에 그 곡절을 미루어 생각하며, 반드시 일에 목적을 두어 장구에 얽매이지 말고, 한 구절을 보더라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책과 저자가 주는 의미를 사색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니만큼 건성으로 읽기보다 내가 하고 있는 업과의 연관성을 주로 고려하며 생각의 즐김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성공이 주는 의미를 현실에서의 과정만을 가지고 평가하던 지난 시간들에서 벗어나 공부와 운동으로 자신을 가다듬는 몇 개월간의 휴식이 지금 돌아보면 더 없이 소중했던 공간이었고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이 단거리달리기로만 이루어진 줄 알고 출발선에서부터 전력질주만을 하다 지쳐 쓰러진 다음에야 걷는 것도 달리는 것의 하나라는 것을 배운 것이죠.


예전부터 취미삼아 하던 마라톤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루 40분 이상, 일주일에 4일 이상, 4개월 정도만 꾸준히 훈련하면 완주할 수 있다는 조언에 용기를 내서 하프코스를 비롯해 몇 번의 대회에도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네 초라함이 보이느냐? 네 마음속에 꿈틀대는 욕망이 아직도 남아 있느냐? 

죽어야 사는 법을 아는 것처럼 내 몸 어딘가 남아있는 실패의 찌꺼기를 걷어내야 했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전 저를 인내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일을 이루고 싶었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건만 행복한 사람이 드문 것은 행복해지는 법을 알지 못하게 때문이라는 말처럼, 길들여져 온 삶에서 벗어나 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여정을 위한 준비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을 가질 즈음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박노진의_식당공부

#힘들땐_쉬어라

#출발선에서_전력질주는_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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