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준 Nov 06. 2020

인생의 터닝 포인트 - 英雄門

2006년, 입사 1년차

    '영웅문(英雄門)'은 정말 영웅들이 들어가는 입구(入口)일까? 웬 뜬금없는 질문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소극적이지만 ‘Yes'이다. ‘영웅문‘. 요즘은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20 ~30대의 남자 직원라면 한 번씩 들어봄직한 단어일 것이다. '영웅문'이란 다름 아닌 중‧고등학교 시절 밤새 혹은 수업시간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읽었던 무협지 제목이다. 요즘에야 무협지보다는 판타지 소설이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탄지신공', '황룡유회' 등의 무술 이름을 불러가며 놀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영웅문이 어떻게 나에게 있어 터닝포인트가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나에게 '영웅문'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왜냐하면 소설 '영웅문'은 나로 하여금 책을 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어린 시절(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심지어 동화책은 물론 그 흔한 위인전도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책은 나에게 단지 활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책이 재미있다는 사람이 나에게는 더 이상하게 보였다. 


    아뿔싸! 그런데 '책도 재미있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중학생이 돼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계기는 바로 '영웅문'이었다. 물론 처음 서너 장을 넘길 때는 그리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5장을 넘어가면서 '곽정'이라는 주인공과 함께 책의 재미에 빠져 들었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마지막 장을 덮지 않고는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어린 시절 처음으로 책상에서 밤을 새울 수 있었다. 


    그 뒤로 많은 변화가 내가 찾아왔다. 이제는 '읽는 것 = 재미있는 것'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언어능력이 부족했던 나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대학을 진학할 때도 언어영역 점수가 도움을 주었고, 더 연장하자면 어려운 집단토론과 면접시험을 거처 지금 한화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것도 학창 시절 독서량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도움은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접했던 '영웅문'이라는 무협지에 있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곳 혹은 하찮은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소화시킬 수 있느냐가 성공한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화라는 회사를 접한 것은 분명 커다란 성공의 터닝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소화시키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입사 1년, 이제 다시 ‘영웅門‘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작가의 이전글 10 Oldest Hotels in Kore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