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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의 상생(相生), 한미관계의 열쇠가 되다

by 길준

우리 국기인 태극기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음양오행 사상입니다. 옛 선인들은 이러한 사상 속에서 세계 만물이 움직인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오행 사상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 즉 태극은 과거 분단 이전의 한반도를 상징하는 것이고, 이러한 무의 상태에서 무언가 움직여 양을 낳고 다시 이러한 움직임이 고요해져 음을 낳듯이, 우리나라는 일제 침략기라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남한과 북한이라는 서로 다른 두 나라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과 음이 변하여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오행을 나타내듯, 반세기의 분단 속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가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중심으로 발전하기 위해 동맹, 안보, 경제, 문화, 통일이라는 5가지 요소를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는 태일(太一), 즉 ‘지극히 큰 하나’라는 뜻을 지닌 태극의 정신과는 달리, 미국을 바라보는 데 있어 크게 나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이라는 오행의 상생(相生)은 미선이, 효순이 사망 사건 등으로 한미(寒微)해진 한미(韓美) 관계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새로운 지혜를 줍니다.


1. 목생화(木生火): 동맹 생(生) 안보

나무는 불쏘시개가 되어 불을 살리고, 나무가 아니면 불이 살지 못하듯 한미 관계에 있어 군사적 동맹은 우리나라 안보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현대적 군사 협력 관계는 1945년 9월 패전한 일본의 무장 해제를 위해 미군이 38선 이남으로 진주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일어난 한국 전쟁으로 인하여 1954년 10월 1일에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한미 관계에 있어 동맹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한미 동맹은 아직도 주적(主敵)의 개념이 살아있는 이때에 북한에 대한 성공적인 억제력이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혹자는 근래의 일방적인 미국의 태도가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부추긴다고 주장하나 이는 부시 행정부 들어 부시의 일시적인 패권주의적 외교 노선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미 간의 군사 동맹이 한반도 평화에 걸림돌이 되어 온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군사적 한미 동맹은 미군이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 주둔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적 전력 우위를 보장함과 동시에 인계 철선의 역할을 하여 벼랑 끝 전술로 대표되는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북한의 그릇된 판단을 방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 온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2. 화생토(火生土): 안보 생(生) 경제

불이 다 타고나면 재가 되고 재가 다시 흙이 되듯, 굳건한 안보 체계는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됩니다. 과거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얻은 안보 비용의 절감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음은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사실입니다. 일례로, 한국이 미국의 계속되는 무기 구입 압력에 굴복한다 할지라도, 현재에도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쟁 예비 탄은 유사시 소요되는 탄약 필수 소요 분의 60%로 한국 돈으로 5조 원에 달하고, 우리 군 매년 교육 훈련 비용의 30년 분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가 과거 다른 국가들에 비해 GDP 대비 높은 국방비 지출이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을 생각할 때 미군의 주둔으로 우리가 얻은 경제적 이득은 분명합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한국의 증시는 김정일이 움직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북한 핵 문제로 대표되는 한반도의 안보 문제는 한국에 투자하려는 기업과 한국 증시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올 초 북한의 미사일 실험설은 국제적 신용 평가 회사인 무디스의 한국 신용 평가 등급에 영향을 주었고, 이는 곧 한국의 증시에 악재로 반영되었습니다. 특히나 갈수록 외국인 한국 주식 지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한반도의 안보 문제는 결코 한국 경제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3. 토생금(土生金): 경제 생(生) 문화

흙이 오랫동안 눌리고 다져지면 돌이 되고 쇠가 되듯, 여유 있는 경제 상황 속에서 문화는 꽃피울 수 있습니다. 굳이 과거 역사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한 나라의 풍요로운 경제 기반은 그 나라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워 왔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세계 영화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가 메이저 회사들의 자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풍요로운 경제 상황이 문화의 발달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문화의 발전 과정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물론이고 서유럽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들은 그들의 민주주의 문화를 꽃피워 왔고, 가까운 경제 대국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러한 커다란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도 같이 성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과의 교류 속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미국식 민주주의에 많은 영향을 받아 왔음은 인정해야 하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문화 산업이라는 단어가 더욱 빈번하게 쓰이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러한 경제와 문화와의 관계는 보다 밀접한 관계가 될 것입니다.


4. 금생수(金生水): 문화 생(生) 통일

돌이나 쇠가 모여 있으면 냉기가 생기고 이슬처럼 물이 맺히듯, 발전되고 공유되는 문화는 곧 통일의 열매로 다가올 것입니다. 단순한 경제적 우위에서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을 한다면 이는 곧 흙이 흐르는 물을 억제하는 상극(相剋)의 결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독을 경제적 우위로 흡수 통일한 서독의 경우 1951∼1989년 기간 중 단 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경상 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특히 1989년의 경우 GNP 5%의 1,080억 마르크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탄탄한 경제 기반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뒤져 있는 동독을 흡수 통일한 후 독일 정부는 매년 거의 GNP 10%에 해당하는 2천억 마르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서독과 동독인의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즉 타율적인 생활 방식에 젖어 있던 동독인들은 재산권 상실의 불안감과 실직 그리고 2등 국민이라는 열등감 속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서독은 총재원의 2/3 가량에 달하는 막대한 통일 비용을 국공채 등의 재정 차입으로 해결함으로써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간접세와 사회 보험료 등을 인상함으로써 서독 중산층의 불만을 사며 결국 사회 불안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은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문화적 이벤트를 통하여 보다 완벽한 통일을 꾀하기 위해 그토록 2006년 월드컵 유치에 매달렸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독일 사례를 볼 때, 우리 통일의 모습은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며 각각 자신의 색깔을 내고 있는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 일컬어지는 미국의 문화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입니다. 즉 남북한 서로가 인정하고 공유하는 문화는 곧 통일의 결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5. 수생목(水生木): 통일 생(生) 동맹

물이 있어야 나무가 살며, 물이 아니면 모든 식물이 자라지 못하듯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루었다고 해서 다른 나라와의 동맹 없이 번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예는 지난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오랜 세월의 전쟁으로 생긴 서로 간에 대립과 반목의 장벽을 허물고, 50년 전부터 동맹을 통하여 공동체 질서를 출범시켜 평화와 공동 번영의 질서를 세우고 있는 유럽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비단 유럽만이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평화를 위해서 취하고 있는 하나의 큰 흐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 한중일 모두의 합의 아래 동북아의 질서가 평화와 번영의 방향으로 발전한다 할지라도 대립과 갈등의 잠재적 가능성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이때 한미 동맹의 관계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입니다.


흔히 현대의 기업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이라 일컫습니다. 즉 우리나라가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아 동북아를 소유하지는 못할지라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우리 국민이 창의적이고 지혜로운 소프트웨어를 소유하게 된다면, 21세기 동북아 시대에 단순히 지리적 중심이 아닌 동북아 경영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소프트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오행의 상생입니다. 이러한 상생의 철학은 안중근 의사가 주장했던 동양 평화론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는 동북아 평화 번영론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안 결정은 이러한 철학적 바탕에서 나온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과거 미국과의 동맹과 앞으로의 상생은 새로운 21세기에 우리나라가 또 다른 미국(尾局)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필연적인 요소인 것입니다.


- 상기 글은 2003년 대학 리포트의 하나로 쓴 것으로 기억합니다. 20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니 뚜렷한 근거가 없는 추상적 글로 읽혀지고, 또 대학생 시설이라 그런지 조금 멋도 부린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2월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하여 브런치에 옮겨 놓아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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