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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26. 2015

와인, 더이상 섹시할 수 없다

패션디자이너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파이퍼하이직

올여름의 대단했던 폭염을 해결하기 위해선 낮엔 시원한 빙수로, 저녁엔 시원하게 칠링된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을 마시는 것이 유일한 피서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18세기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던 마담 퐁파두르는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자를 여전히 아름답게 해주는 유일한 술'이라고 예찬했다고 하죠. 요즘 여름철 핫한 패션을 즐기는 신세데 여성들도 수영장과 클럽파티에서 샴페인 잔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들을 아름답게 해준다는 사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와인의 맛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와인병 디자인으로도 거침없이 유혹하는 샴페인이 있습니다.  '파이퍼 하이직(Piper Heidsieck)'은 장 폴 고티에, 빅터&롤프, 크리스티앙 루부탱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창의적인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1785년 플로렌스 루이 하이직(Florens Louis Heidsieck)이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해 '하이직'이라는 이름으로 샴페인을 내놓았습니다. 

 

 그 후 플로렌스가 세상을 떠나고 1828년 사촌인 크리스찬 하이직과 조카인 앙리 질로리 파이퍼가 사업을 이어받아 이름을  '파이퍼 하이직'으로 바꾸게 되었지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파이퍼 하이직은, 19세기에 들어 유럽 14개 황실의 공식 샴페인 공급업체로 지정되었고, 당시의 내노라하는 와인 애호가들은 샴페인 평가시 파이퍼 하이직을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파이퍼 하이직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장인정신과 혁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매번 전 세계의 패션계 및 와인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1985년, 설립 200주년을 맞아 명품 주얼리 브랜드 Van Cleef & Arpels사에 디자인을 의뢰하여 탄생시킨 최고 등급 '뀌베 레어(Cuvee Rare)'샴페인은 병에만 100만 달러의 가치가 매겨져 화제가 되었지요. 병이나 패키지가 아닌 액세서리에 고개를 돌린 파이퍼 하이직의 또 다른 프로젝트는 크리스찬 루부탱을 만나 절정에 달했습니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얼마전 한국의 모호텔에서 '크레이지 호스'라는 작품에서도 댄서들의 춤을 한층 빛나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파리의 명실상부한 하이힐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2009년 파이퍼 하이직 브륏에 매칭할 슬로베이나 크리스털로 만든 '스틸레토 힐(Stiletoo heel)' 샴페인 잔을 개발해 'Le Rituel(의식)'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19세기 프랑스에는 물랭루즈의 무희들이 나오는 극장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위해 머리부터 발까지 사랑하는 의미로 연인의 구두에 샴페인을 마시는 섹시한 전통이 있었는데 이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죠.  파이퍼 하이직의 콜라보레이션을 향한 끝없는 열정은 회사가 추구하는 독창성과 대담함이 반영된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세의 나이로 패션계에 등장한 업계의 혜성과도 같은 존재이자 당시 파리 패션계의 무서운 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장 폴 고티에 (Jean Paul Goultier)는 마돈나의 무대의상을 연상시키는 코르셋 모양을 본뜬 샴페인패키지를 탄생시켰습니다. 파이퍼 하이직은 대담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으로서의 변신과 아울러 '멈추지 않는 화려한 축제 - Ongoing Extravaganza'라는 슬로건 아래 각종 파티와 광고 캠페인 뿐만 아니라 뉘 블랑쉬, 칸 영화제 등의 문화 예술 축제에도 지속적으로 후원함으로써 전 세계의 샴페인 마니아들과 셀레브리티, 예술가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지요.


파이퍼 하이직은 샹파뉴 지역의 180여 개의 포도농장에서 포도를 공급받아 각 포도의 특성에 맞도록 각기 다른 개별 양조방법에 의해 생산됨으로써, 샹파뉴 지방의 특색을 가장 잘 살린 섬세하고 정교한 맛을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이퍼 하이직을 유난히도 사랑했던 마릴린 먼로는 1953년 그녀의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나는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 샤넬 No.5를 뿌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한 잔의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을 마신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실제 파이퍼 하이직 수십병으로 목욕을 하는 것을 즐겼다고도 하지요.

 대부분이 고가인 타 샴페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파이퍼 하이직. 비록 마릴린 먼로처럼 샴페인으로 목욕을 하고 매일 아침 마실 순 없어도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 한 잔에 오래된 영화 한 편이라면 올해 가을 그녀 못지 않게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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