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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27. 2015

왼손잡이 부부가 만든 와인

그들이 만들어가는 함께 하는 세상 이야기

우리나라 가요 중에 '나는 왼손잡이야~'라고 하는 가요가 있습니다. 

멜로디는 경쾌하고 신나지만 가사에는 똑같은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반항의식이 깃들어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일률적인 것을 강요하는 문화가 은연중에 있어 단지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수상한(?)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들의 문화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에 속합니다.

 그런데 와인 업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왼손잡이'들이 있습니다. 호주의 유명한 와이너리 '몰리듀커'의 오너인 스파키와 사라 마르퀴스(Sparky and Sarh Marquis)부부가 그 주인공들인데요. 이 부부는 둘 다 왼손잡이였던 까닭에 '왼손잡이'라는 뜻의 호주의 비속어였던 '몰리듀커'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몰리듀커'의 모든 와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적어도 한 번씩은 모두 90점 이상을 받았으며 99점 5번, 98점 3번을 획득했습니다. 1번만 받아도 어마어마한 매출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는 로버트 파커의 99점을 5번씩이나 받고 생산하는 모든 와인들이 1번이상은 다 받았으니 와이너리의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지요. 그리하여 '몰리듀커'와인은 호주와인의 21세기 세대교체의 주역이자 대표로 평가받으며 '호주 최고의 컬트와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와이너리를 세우느라 많은 빚을 지고 있었는데 투자자까지 잠적하면서 그들의 수중에 남은 돈이라곤 17달러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파산 바로 직전에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99점이라는 놀라운 평가를 받게 되었고 로버트 파커는 그들이 만든 화이트와인 'The Violinist'를 '세계 최고의 화이트와인'으로 평했습니다. 

The Violinist, Verdelho 100%

 그 후 며칠만에 그들의 와인은 동이 나버렸고 그 후 '몰리듀커'는 전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을 파산 직전에서 구해준 이가 바로 로버트 파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았습니다. 로버트 파커가 운영하는 유명한 평가회사 '와인 애드커케이트'는 와인애호가들이 와인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평가기관입니다. 몰리듀커 오너 부부는 이러한 평가가 와인의 가치를 발굴하고 소비들에게 좋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자칫 획일적인 기준으로 인해 와인이 저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마르퀴스 프뤼 포인트(Marquis Fruit Point)라는  평가기준을 따로 만들어 자신들만의 엄격한 기준에 입각하여 와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자신이 가장 낮게 매긴 점수의 와인조차도 로버트 파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여 이들의 퀄리티가 훌륭함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극적인 반전으로 호주 최고의 부띠크 와이너리로 순식간에 성장했지만 그들은 성공을  '돈'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과거의 눈물로 지새웠던 밤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고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인생을 살도록 서로 도우며 살자!'라는 모토를 꾸준히 실천해왔습니다. 그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와이너리를 확장하지 않고 가족경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생산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을 제외한 그 어떤 마케팅도 하지 않으며 그 마케팅 비용에 해당하는 비용만큼을 300명의 불우한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으며 파티를 자주 열어 기금마련을 통해 전 세계의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케팅은 오로지 그들이 전 세계에서 행하고 있는 봉사와 이를 알리는 SNS 마케팅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성공했어도 가난했을 때를 잊지 않고 불우한 이웃을 도울 줄 아는 마음과 더 많이 성공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 바로 많은 팬들과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맛있는 와인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 다 함께 마시면 더 맛있는 법이지요. 그들의 가난한 정신과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마음도 와인을 나누어 마시듯 널리 전파되길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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