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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Sep 28. 2015

와인은 외교의 꽃이다

프랑스의 피가 흐르는 미국 와인

한 국가의 대통령의 취임식 및 국빈만찬에 쓰여지는 음식과 와인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지요. 때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던 와인들도 이런 행사와인으로 채택이 되면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할 정도로 세간의이목이 모아진답니다. 국가행사에 쓰여지는 와인은 다양한 의미와 해석을 두고 선택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국가행사는 행사가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 혹은 접대해야 할 상대방이 어느 국가 사람인지에 따라서 다양한 상징적 의미에 의해 채택되곤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리 비싸지 않은 와인도 세간의 칭송을 받기도 하고 값비싼 와인을 대접하고도 욕을 먹기도 하지요.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당시 ‘지난8년간 미국 백악관에는 와인이 단 한 병도 없었지만, 오바마 취임으로 미국인의 와인소비행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와인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지요. 젊은 시절 음주 문제로 꽤나 말이 많았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집에 와인 1,000병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셀러가 있을 정도로 와인을 즐기는 와인애호가입니다. 그리하여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덕혼’와인부터 시작하여 그가 즐겨 마셨다고 하는 ‘켄달 잭슨’ 등 수많은 와인들이 ‘오바마 와인’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14년 2월 11일 미국을 방문한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국민만찬에 앞서 만찬에 나올 메뉴와 와인이 공개되었습니다.  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 대통령을 접대해야하는 자리였기에 와인생산국가로서는 신생국가에 해당하는 미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던 자리였습니다. 일반미국와인을 대접하면 와인종주국인 프랑스를 무시하고 나 잘난 척을 하는 꼴이 되고, 그렇다고 프랑스와인을대접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 것이죠. 더군다나 미국 36대 대통령이었던 린던 존슨 대통령은 유럽 와인이 아닌 미국와인만 백악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던 까닭에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전통을 거스르면서까지 프랑스와인을 만찬주로 채택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랑드 대통령 만찬에 오른 와인은 3가지 미국 와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미국와인이 아닌 프랑스와인의 피가 흐르는 미국와인이었지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2011년산 ‘라 프로포시옹 도레(LaProportion Doree)’, 워싱턴주 컬럼비아 밸리의 2009년산 ‘체스터 키더 레드(Chester-Kidder Red Blend)’ 버지니아주의‘티보 제니슨 블랑 드 샤도네이(Thibaut-JannisonBlanc de Chardonnay)’가 바로 이 와인들이었는데, 이와인들의 특징은 모두 와이너리가 프랑스인들이 직접 투자하거나 프랑스의 양조기술을 전수받은 곳이라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와인 원조국으로서의 프랑스에 예우를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올랑드를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구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와인이지만 프랑스의 자존심을 충분히 살려줄 만한 배경이 깔린 와인들이었던 것이지요. 

 이 중 한국에 수입되고 있는 ‘체스터 키더 레드’는 콜럼비아 밸리의 ‘롱 쉐도우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진 프리미엄급 와인입니다.  ‘롱 쉐도우’ 와이너리는 미국의메이저급 와이너리인 Chateau St. Michelle, Columbia Crest 등 많은 와이너리들을소유한 스팀슨 레인 와인 그룹(Stimson Lane Wine Group)의 CEO 를 역임했던 알렌 숩(Allen Shoup)이 만든 와이너리이지요. 그는 전 세계에서 훌륭한 와인메이커들을 초대하여 각자 자신들 지역의 개성을 살려 자신들만의 ‘최고의 와인’을 만들게끔 독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7년에는 ‘Winery of the Year’라는 상을 Food & Wine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만찬에 쓰여진 ‘체스터 키더 레드’는 2005년부터 출시된 와인으로 와인메이커 질스 니컬트의 역작입니다. 질스 니컬트는 꼬뜨뒤 론(Cote Du Rhone), 프로방스(Provence), 샹파뉴(Champagne)지방의 와이너리에서 기량을 닦은 훌륭한 와인메이커입니다. 그는 워싱턴의 훌륭한 토지에 대한 소문을 듣고 미국으로 날아와 유명 와이너리에서 그의 재능을 발휘하여 명성을 떨쳤고 현재는 ‘롱 쉐도우 와이너리에서 체스터 키더 레드’를 만드는 주역입니다. 그가 프랑스 와이너리에서 오랜 시간 와인메이커로서 일했던 흔적은 와인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농도가 진하고 잔당이 많아 피니쉬가 달콤한 미국와인의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달리 전형적인 프랑스와인같은 스타일을가지고 있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미국와인이라고 맞추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전형적인 프랑스 와인의 개성을 갖추고있는 와인이지요.  이런 프랑스 와인의 개성을 가진 미국 토양에서 만들어진 와인. 이는 양국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외교적 차원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 밤 밤하늘의 초생달이 그려진 라벨의 체스터 키더 레드를 한잔 기울이며 밤하늘의 달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Chester Kidder,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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