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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호 Sep 05. 2018

‘신화-토템’에 내재된 ‘야생의 사고’의 구조적 특징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를 읽고)

‘신화-토템’에 내재된 ‘야생의 사고’의 구조적 특징

     

1. 들어가는 말

     

   흔히 원시사회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 사회는 미개하고 야만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원시인은 현대인보다 단순하고 퇴화된 상태이며 동물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주의 철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미개사회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버린다. 그는 논리와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미개사회’에도 그 사회가 존속되고 유지될 수 있는 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구조를 ‘야생의 사고’라고 생각했다.

   야생의 사고는 비논리적이고 단순한 생각이 아니다. 이것은 무문자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체계이며 신화적 사고에서 구조적, 논리적 사고로 표현된다. 문명인들은 미개인의 사고가 과학의 전단계로 주술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주술적이라는 것은 과학적인 것보다 하등한 단계의 사고방식이 아닌 사물을 이해하는 다른 태도, 다른 방식으로 간주해야한다. ‘야생의 사고’는 대다수의 편견과 같이 문명과 대립되는 것이 아닌, 문명인에게도 갖추어진 사고의 일부이다. 또한 문명인의 사고는 범주화로 인해 추상적인 것에 반해 오히려 ‘야생의 사고’는 개별적인 사물에 대해서 더욱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를 표현하기 위해 ‘브리콜뢰르’의 활동을 설명한다. 브리콜뢰르는 ‘손재주꾼’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적당한 견적에 따라 적당한 수법으로 목표를 달성한다. 이는 일정한 교육을 받은 후 과학적이고 계획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엔지니어와는 대조적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손재주꾼의 작업을 (야생의 사고가 발현된) 신화적 사고에 결부시킨다. 신화적 사고는 제한된 상황과 환경에서 당혹감 없이, 자신의 집단을 특정한 논리와 유추관계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본 글을 통해 신화와 토템(무문자사회를 대표하는 신화적 사고) 속에 녹아있는 ‘야생의 사고’를 찾아볼 것이다. 그리고 ‘야생의 사고’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징이 무엇인지 3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알아볼 것이다. 먼저 이항대립을 통해서 ‘야생의 사고’가 갖고 있는 분류체계를 알아볼 것이며, 분류체계로 인해 사물과 사회를 더욱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확인할 것이다. 둘째로 매개를 통해서 ‘야생의 사고’가 대립된 것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정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환을 통해서 ‘야생의 사고’가 각 집단마다 어떤 형태로 변화되는지 역사적인 형태들을 살펴볼 것이다.     


2. 이항대립을 통한 분류


   신화와 토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야생의 사고’의 첫 번째 구조적 특징은 이항대립이다. 이항대립은 두 개의 대립되는 개념요소를 한 쌍으로 표현하는 분류체계이다. 동시에 이것은 다양한 사물, 사람의 오감으로 인지한 세상, 사회생활의 경험을 대립되는 두 개념으로 나누어 사고하는 방식이다. 이항대립은 논리적 구조를 갖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인간이 선택하는 방법이며 무문자시대인 원시사회에서부터 인간에게 익숙한 분류체계이다.

   태평양 연안에 사리슈란 인디언 부족의 신화로 예를 들어볼 수 있다. 이 신화에는 세 가지 유형의 여성이 나온다. 첫 번째 여성은 절대로 자기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말을 걸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동시에 자연 상태의 우물 밑바닥에 살면서 부탁을 하면 요리가 든 접시나 냄비를 수면으로 갖다 주는 여인이다. 이 여자는 불을 사용하여 남자들에게 요리를 주는 의미에서 잠재적인 아내의 역할을 한다. 둘째로 조물주가 마법을 사용해서 연어의 흰 알로 만든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자는 예의를 지키고 처녀로 취급하는 한 친절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사내가 욕망을 가지고 아내로 삼으려 하면 모습을 감추어버린다. 세 번째 여성은 조물주가 어떤 문제로 인해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똥으로 만든 여자다. 그리고 그 여자를 여동생으로 삼는다. 여동생이기에 조물주는 근친혼금지에 의해 그 여자를 아내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조물주가 조언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등장하여 즉각 의견을 늘어놓는다.

   우리는 사리슈란 인디언 부족의 신화에서 몇 가지 이항대립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불을 사용한 음식물’-‘날것의 음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여성은 불을 사용한 음식물을 늘 제공하나 둘째여성은 연어의 흰 알이라는 날 것에서부터 만들어졌다. 둘째로 ‘혼인관계’-‘비혼인관계’로 볼 수 있다. 첫째여성은 혼인한 처와 같이 대할 수 있지만 둘째여성과 셋째여성은 결혼이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셋째로 ‘언어적’-‘비언어적’인 관계로 볼 수 있다. 첫째여성은 말을 할 수 없으나 둘째여성은 욕망만 없다면 대화가 가능하고 셋째여성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등장하여 대화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세여성 안에서 ‘불을 사용한 음식물’-‘날것의 음식물’, ‘혼인관계’-‘비혼인관계’, ‘언어적’-‘비언어적’이라는 이항대립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토템의 논리구조에서도 이항대립을 찾아볼 수 있다. 히치다 족은 매 사냥을 하기 위해서 구덩이에 숨어서 잡는다. 매가 구덩이에 놓인 먹이에 유인되어 내려오는 순간 구덩이에 숨어 있다가 재빨리 매를 잡는 것이다. 이곳에 나타나는 이항대립은 ‘높은 것’-‘낮은 것’, ‘하늘’-‘땅 속’, ‘매-인간’의 대립구조로 살펴볼 수 있다. 필리핀의 다른 부족인 수바눈 족은 같은 원리로 병을 구분한다. 그들은 먼저 상처와 피부병을 구분하고, 또다시 염증과 궤양과 버짐으로 나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형태는 이항대립을 적용해서 더욱 세분화된다. ‘단순/복잡’, ‘중증/경증’, ‘표피부/심층부’ 등이다.

   이러한 이항대립의 구조는 원시사회의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척도가 되며 나누어진 각각의 집단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에 사용된다. 이것은 사회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원, 자연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류체계이다. 자연과 사물을 이와 같이 분류한다는 것은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파악은 하나의 논리구조에서 나아가 생활방식과 형태까지도 규정지어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3. 매개를 통한 조정과 조화


   신화와 토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야생의 사고’의 두 번째 특징은 ‘매개’를 통해서 대립된 것들을 조정하고 조화하는 것이다. 이항대립으로 나누어진 극단의 개념을 이어주는 제 3항, 매개를 도입함으로써 조정하고 조화될 수 있도록 한다. 마치 환웅과 웅녀 사이에 단군이 태어나듯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로 혼인체계와 인간이 나타난다. 매개는 대립되는 극단의 개념사이에 나타나는 모순을 해결해준다. 동시에 자연과 자연을 사회와 사회를 조화롭게 조정한다.

   예를 들면 북미 인디언의 한 부족에서 내려오는 신화에서는 불의 기원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 신화에 따르면 인간이 불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가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개는 가축이기에 자연과 문화의 영역 양쪽에 모두 속하고 또 대립하는 이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과 같은 형태의 매체 구성법은 고대 멕시코의 ‘날개달린 뱀’의 모습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뱀은 지혜세계를 대표하는 동물이지만 날개는 하늘에 있는 새의 것이다. 날개달린 뱀이라는 것은 천상과 동시에 지하에도 속하는 두 세계의 특징을 조화로이 겸비하고 있는 것이다.

   토템에서 인간은 동물과 동물의 차이를 자연에서 발견하여 문화의 영역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 동물의 특징을 인간집단의 표상으로 선택하여 내집단의 동질성을 확보하는데 사용한다. 동물의 특징에 따라 특정집단의 ‘금기’가 정해지고 이것을 기준으로 내집단과 외집단의 구분이 생긴다. 구분된 각각의 집단은 서로 대립의 부호를 갖게 된다. 하나의 개념은 한 부족의 부호가 되며 매개를 통해 극단의 개념이 조화됨으로써 부족 간의 유기적인 조화가 일어난다. 즉, 원시사회의 신화와 토템에서 나타나는 자연물의 상징적 개념은 각 집단의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생활형태의 척도가 되며 동시에 외집단과 유기적으로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준다.

   특별히 사회집단 사이에서 음식물의 교환과 여성의 교환은 사회집단의 상호결합을 공고하게 하거나 이를 과시하는 하나의 매개가 된다. 토테미즘에서 두드러지는 외혼제는 다양성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통일성을 가진다. 각 집단은 음식물과 여성을 상호교환 함으로써 문화와 자연의 조화를 균형 있게 유지한다. 또한 토테미즘에 의해 이미 수립된 사회의 결속을 한층 더 강화한다. 만약 다양성과 통일성의 균형관계가 조화를 잃고 다양성에 기울어진다면 거기에서 상위부족과 하위부족이 발생하고 카스트와 같이 ‘혼인계급’이 생겨난다. 이런 의미에서 외혼제는 혼인계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화와 균형의 매개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카스트는 계급을 나누어 내혼제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그렇기에 외혼제의 역할을 설명하기에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부적절하다. 하지만 카스트에는 계급이 아닌 직업을 구분하는 기능도 있다. 말하자면 직업카스트는 자기 카스트에서만 일정한 물건을 생산하는 특허권을 갖고 이것을 다른 카스트에서 생산한 것과 교환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스트는 토템집단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하나의 토템집단은 하나의 자연물을 대변하는 동시에 각기 한 종류의 동물이나 식물을 조절하는 책임을 진다. 나아가 혼인이나 음식물 교환과 같은 매개를 통해 다른 집단의 전체 생활과 복지에 필요한 활동을 한다. 정리하자면 토테미즘은 종을 분류하고 통합하는 하나의 논리체계이며 균형을 이루어 자동 조절기능을 한다.


4. 주어진 상황에 따른 체계의 변환

     

   신화와 토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야생의 사고’의 마지막 특징은 ‘변환’이다. 신화와 토템으로 발현되는 ‘야생의 사고’는 이항대립을 통해서 분류하고 구체화하며 매개를 통해서 조화하고 조정하는 구조를 가진다. ‘야생의 사고’는 이런 구조적 틀을 유지하는 동시에 집단의 역사적 과정에 따라 각 집단의 체계변환을 일으킨다.

   레비-스트로스 주장에 따르면 유럽의 오이디푸스 신화는 아메리카의 아서왕의 전설로 변환되었다.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수수께끼 신탁을 받은 오이디푸스 신화를 가지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근친상간은 사회적 규범에 의하면 결코 연결되지 않는 것, 분리된 채로 있어야 하는 것들의 결합이다. 수수께끼도 이와 같다. 그것은 답이 연결되지 않는 물음이다. 분리된 채로 있어야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변환하면 아서왕의 성배탐색이야기가 된다. 성배탐색이야기는 ‘답이 연결되지 않는 물음’을 반대로, ‘물음이 없는 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성배탐색을 떠난 원탁의 기사 중 페르스바르가 성배를 보고 ‘누구에게 가져가는가’라고 물었다면 성주나 그 주위의 사람을 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질문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큰 재난이 계속되었다. 한 쪽은 ‘답이 없는 물음’으로 성립되는 오이디푸스의 신화가 있고 다른 쪽에서는 반대의 도식인 ‘물음 없는 답’으로 성립되는 성배탐색이야기가 있다.

   토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틀라브 섬, 모타 섬, 오라로 섬에서는 아이를 임신 중일 때 산모가 발견한 식물이나 동물을 아이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집단은 산모의 발견을 진단하고 아이가 출산되었을 때 자신의 존재를 대변하는 동식물을 못 먹도록 금기시 한다. 이와 반대로 동일한 구조에서 역대칭으로 변환된 체계도 발견할 수 있다. 리푸 섬, 울라와 섬, 말라이타 섬에서는 노인이 죽게 되었을 때 개인이 어떤 동식물로 환생하게 될지 진단하고 말하게 된다. 그러면 그 집단은 차후부터 그 동식물을 먹는 것이 금기시된다. 두 체계는 동일한 구조(동일군) 속에서 상반된 형태를 보여준다. 출생-사망이라는 대립체계, 진단과 금기에 있어서 개인-집단이 서로 반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변환은 서로 다른 집단의 비교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집단의 역사 속에서도 확인가능하다. 토템은 공시태와 통시태를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 오세지족의 전승에 의하면 그들의 선조는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 쪽은 평화를 사랑하고 채식을 하며 왼쪽과 관련된 집단, 다른 한쪽은 호전적이고 육식을 하며 오른쪽과 관련된 집단이었다. 두 집단은 서로 음식물 교환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 합류하며 교류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이동하는 중에 제3의 집단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사납고 주로 썩은 고기만 먹는 집단이었는데 이들도 합류하여 총 3개의 집단이 형성되었다. 세 집단은 각각 7개의 씨족으로 나누어 총 21개의 씨족이 부족을 형성하였다. 균형과 조화 속에서 세 집단은 함께하였는데 새로운 집단이 호전적인 집단으로 가담하게 되었다. 그러자 두 집단은 균형이 깨져버리게 된다. 여기서 두 집단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제3의 집단에서 5개의 씨족으로 전사집단을 별도로 편성해 부족의 균형을 맞추었다.

    공시태에 입각해서 살펴보자면 오세지족은 땅에서 균등하게 나누어진 부족의 구조를 평화롭게 지속하였다. 즉, 부족 내에서 하나의 통일된 구조를 가지고 부족의 평화와 균형을 해소하려고 노력하였다. 통시태에 입각해서 보면 부족의 균형 잡힌 구조를 위해 체계가 지속적으로 변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원적인 체계에서 삼원적인 체계로 변했다. 하지만 이내 삼원적인 체계가 붕괴되고 다시 이원적인 체계로 바뀌었다. 다시 돌아온 이원적인 체계가 불균형하고 평화를 위협하자 곧바로 이전과는 다른 형태인 이원적인 체계를 만들었다. 부족 안에서 집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즉 역사에 따라 체계가 점점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화와 토템을 통해서 확인된 ‘야생의 사고’의 특징은 변환되는 체계이다. 서로 다른 집단에서는 역대칭의 형태로 변환되어 나타난다. 동시에 한 집단 안에서는 역사적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체계로 변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변환되는 과정에서도 바뀌지 않는 통일된 구조가 있음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5. 나가는 말


   우리는 지금까지 신화와 토테미즘 속에 내재되어 있는 ‘야생의 사고’의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야생의 사고’는 첫째로 이항대립을 통해 세상과 사물을 분류한다. 분류는 대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작업이다. 특별히 토템에서 동물과 식물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그 동식물의 특징이 집단의 생활양식에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와 연결된다. 둘째로 매개를 통해서 대립된 개념들을 조화시키고 조정한다. 앞서 설명한 예와 같이 하늘인 환웅과 땅의 짐승인 웅녀 사이에서 단군이 나오므로 하늘과 땅의 매개로서 혼인체계가 역할을 한다. ‘야생의 사고’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동시에 서로 유기적으로 조화하며 교환을 통해 집단의 개체도 조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야생의 사고’는 체계가 ‘변환’하는 특징을 가진다. ‘변환’이라는 개념은 동일한 구조 속에서 내용이나 체계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집단과 집단 사이에 조정과 조화를 통해 문화적인 교류도 진행되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으며 동시에 신화와 토템에 대해서 가지는 인간의 기본적 의식구조가 유사하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야생의 사고’는 원시사회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착각을 전환시켰다. 미개하고 야만스럽게만 생각해온 원시사회 속에도 세상을 이해하는 구조와 체계가 있었다. 무문자시대임에도 부호를 통해서 집단의 생활규범과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세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 또한 제한된 환경과 재료 속에서도 적절한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였다. 그러한 활동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일정한 구조가 선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술과 기계들이 발명되고 있다. 현대인은 속도에 뒤처지면 어느 순간 문명에서 뒤처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반면에 타인보다 정보와 기술을 조금 더 알고 있으면 자신을 문명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격차는 더욱더 커져갈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시대는 날마다 우리에게 새롭고 낯선 상황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마치 야생에 적응해야하는 부족들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야생의 사고’는 미래를 준비할 우리에게 필요한 사고방식일 수 있다.

   ‘야생의 사고’는 주어진 상황을 분류를 통해 분석하고 이내 이것들을 조화한다. 우리는 분류한 그것들을 이어갈 수 있는 ‘매개’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생각해야한다. 동시에 적절한 ‘매개’를 통해서 시대에 맞게 사회의 형태가 어떻게 ‘변환’되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할 것이다. ‘야생의 사고’는 인간에게 원초적인 사고방식인 동시에 인간에게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매일 급속도로 바뀌어가는 시대 속에서 ‘야생의 사고’와 같이 유연하고 즉흥적이되 조화와 조정을 이루며 상황에 맞게 변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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