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취할 때는 집 꾸미는 게 정말 단순했어요. 마음에 드는 포스터가 있으면 그냥 벽에 못 박아서 걸고, 선반이 필요하면 설치 기사님이 와서 뚝딱 달아주곤 했죠.
그런데 프랑스에 와서 집을 구하고 나니까, 벽에 못 하나 박는 것도 큰일이더라고요. 대부분 임대주택이라 집주인들이 못 박는 걸 아예 금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땐 꽤 당황했어요. 예쁜 선반을 인터넷으로 주문해놓고는 신나게 못을 박으려던 찰나, 집주인에게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듣고는 결국 박스를 다시 닫았죠. 그래서 그 선반은 지금도 옷장 안에 고이 잠들어 있어요.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더라고요. 프랑스 사람들은 못을 박는 대신, 스티커형 훅이나 가벼운 액자 걸이를 자주 사용해요. 또는 책장 위에 작은 화분이나 소품을 올려두는 식으로 공간을 채우기도 하고요.
여기 사람들은 새 가구보다 오래된 가구를 고쳐 쓰는 걸 훨씬 더 좋아해요. 벼룩시장에 가서 낡은 의자를 하나 사 오고, 직접 색을 칠하거나 서랍 손잡이를 바꾸는 식이죠.
저도 친구를 따라 벼룩시장에 갔다가 20유로짜리 의자를 하나 들여왔는데, 주말 내내 사포질하고 파란색 페인트를 칠하다 보니 새 가구보다 정이 더 가더라고요.
이케아 가구도 단순히 조립만 하지 않아요. 손잡이를 바꾸거나 다리를 다른 걸로 교체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형하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책장이라도 그런 디테일 하나로 완전히 달라 보이니까요.
프랑스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바로 발코니예요. 크고 화려하진 않아도, 화분 몇 개랑 테이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거든요. 날씨 좋은 날엔 발코니에 앉아서 커피 마시거나 와인 한 잔 기울이는 게 최고의 여가죠. 저도 작은 발코니에 화분 몇 개를 놓은 후에야 비로소 “아, 여기가 내 집이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한국에선 천장에 달린 형광등 하나로 집안을 밝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프랑스는 간접조명을 정말 잘 활용해요. 스탠드 조명이나 무드등을 방 곳곳에 두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캔들이나 디퓨저는 필수예요. 덕분에 집마다 고유의 향기가 있고, 친구 집에 들어설 때 “아, 이 집만의 냄새다” 싶은 느낌이 참 인상적이에요.
한국처럼 빠르고 편리하게 집을 꾸미기는 어렵지만, 그 대신 프랑스에서는 집을 천천히, 자기 취향대로 하나씩 완성해가는 문화가 있어요. 못 하나 박기 어려운 불편함이 오히려 더 창의적인 방법을 찾게 만들고요.
살면서 느낀 건, 프랑스 사람들에게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작은 우주라는 거예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이 많이 들지 않더라도, 결국 집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