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과 현관
공항은 인류가 만들어낸 공간 중 가장 기술집약적이고 광대한 공간에 속한다. 반면 현관은 인간이 발 딛고 있는 공간 중 가장 간소하고 협소한 공간 중 하나다. 그럼에도 현관과 공항은 닮았다. 이제 공항에서 찰칵 소리를 내며 뒤집히는 아날로그 스케줄 보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우리는 여전히 출발시각과 편명과 도착지와 게이트가 영민하게 반짝이는 디지털 스크린 앞에서 떠난 곳과 떠날 곳을 가늠한다. 누군가와 이별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이 공간이 언제부턴가 세금 면제 혜택을 받으며 공산품을 구매하고 항공사가 제공하는 라운지의 무료 와인을 즐기는 곳으로 전락했지만 공항은 여전히 수많은 상심의 이별과 행복한 만남이 있는 가장 감정적인 공간이다. 만약 방사선 측정기처럼 작동하는 ‘감정 측정기’라는 것이 있다면, 그래서 어떤 공간에 떠다니는 슬픔, 행복, 기쁨, 설렘, 절망 등의 감정을 측정할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의 모든 공간 중 공항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감정이 측정되지 않을까.
일반적인 거주지에서 대개 가로세로 1미터 남짓의 크기인 현관은 공항을 닮았다. 현관과 공항의 물리적 크기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머뭇거릴 수 있는 곳, 한 번 더 숙고해 볼 수 있는 곳, 엉거주춤 서 있을 수 있는 곳, 떠나는 누군가를 잡을 수 있는 곳, 떠나보내기 싫은 누군가에 잡힐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현관과 공항의 심리적 크기는 닮았다. 힘겹게 돌아온 당신을 껴안고, 야근으로 지친 당신을 다독이고, 취해 비틀거리는 당신을 부축할 수 있는 곳. 가장 짧게 머무는 곳이지만 가장 긴 여운을 남기는 현관은 우리의 작은 공항이다.
*안바다 신작 에세이,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9월 출간 전 일부 내용을 사전 연재합니다.
*다음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출간 알람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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