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왜 우리는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일까. 물론 그것들이 기호(嗜好)의 대상이고 그것들을 즐길 때 행복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것들을 통해 혹시 다른 누군가와 공존(함께 거주)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에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타인의 취향을 경험하는 것은 단지 기호의 확대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을 공감하고 감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한 잔의 커피, 한 권의 책, 한 곡의 노래는 설혹 그것들을 혼자 즐길지라도 시공간 속에서 대상과 감응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라고 해도 그 순간에 정말로 혼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작가, 등장인물, 작곡가, 연주자 등과 대화하거나 감응하지 못하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심지어 혼자 커피를 마시는 순간도 그 커피를 재배하고 로스팅하고 이름 붙인 이들과 교감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즐기고 감상하는 순간 이미 수많은 대상과 감응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취향은 기호를 넘어서는 것이다. 취향은 기호와 소비의 목록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누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배우는 일의 목록이다. 나의 취향과 당신의 취향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의 이해와 오해에 대해, 그리고 나의 변명과 비겁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보라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좋은 커피를 맛있게 내리고 음미할 줄 알아도 만약 아무것도 변화하는 것이 없다면, 타인의 불행과 고통과 상처에, 그리고 들뜬 행복에 감응하지 못한다면 번지르르한 그 취향들이 무슨 대체 소용일까. 그런 의미에서 거실은 잘 거주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우리의 아파트를 하나의 세계로 비유할 수 있다면, 우리의 거실은 그 세계 한 가운데 있는 학교다. 나만이 만족하던 세계로부터 물러나 당신이라는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그런 학교. 소박한 조명과 간소한 가구들로 마련된 마법의 교실이다.
*안바다 신작 에세이,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9월 출간 전 일부 내용을 사전 연재합니다.
*다음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출간 알람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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