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여검星天女劍 9화

(SF 무협환타지) 첫번째 조우


그때였다.

연화의 시선이 천천히, 그러나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내려왔다.

마치 전장을 굽어보는 장수가 전황의 핵심을 가늠하듯—

정확히,

하연을 향해.

그 순간, 연화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자비도 호기심도 아닌,

전장戰場의 미소였다.

상대를 이미 헤아리고,

승패의 수를 계산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여유만만餘裕滿滿함의 곡선.

“아.”

연화가 낮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그 한 음절 속에는 천균만마千鈞萬馬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당신이군요.”

그녀는 손목을 가볍게 틀었다.

긴 창이 원을 그리며 회전했다.

쇠가 공기를 가르자

낮고 깊은 울림이 파문처럼 퍼졌다.

마치 용린봉혈龍鱗鳳血의 병기가

본래의 주인을 만난 듯한 울림.

연화의 시선은 하연의 얼굴을 스치고,

곧장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

아직—

뽑히지 않은 검.

그러나 결코 비어 있지 않은 자리.

“소문 속의 검.”

연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생각보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조용하네.”

그녀는 창끝을 바닥에 가볍게 찍었다.

‘톡.’

그 소리는 미약했으나,

그 여파는 즉각적이었다.

바닥 위에 쌓인 먼지가

마치 보이지 않는 기류에 휘말린 듯

미세하게 떠올랐다.

내공內功.

숨길 생각조차 없는,

노골적인 과시였다.

“여왕은 하나뿐이야.”

연화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 동작 하나에도 여유와 확신이 배어 있었다.

“그러니까—”

입술이 다시 휘어졌다.

“미리 인사하지.”

그 말은 인사였으나,

그 속뜻은 분명했다.

선전포고宣戰布告

하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검을 뽑지도,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발밑에서

서늘한 기운이 스며 나왔다.

보이지 않는 검기劍氣.

형체 없는 날이

공기를 가르며 뻗어 나갔다.

소리도 없이,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위압으로—

연화의 창끝에 닿았다.

그 순간.

연화의 눈이 번뜩였다.

“아.”

짧은 감탄.

그러나 그 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역시.”

연화는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진하게.

“이래서 직접 와봤지.”

말끝이 떨어지는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첫 번째 경쟁자競爭者

첫 번째 조우遭遇

그리고—

첫 번째 살기殺氣

그날 이후,

경주는 더 이상 중립무지中立無知의 도시가 아니었다.

하늘의 별들이 미묘하게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던 흐름들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

성좌星座가 움직였고,

운명運命이 흔들렸다.

여왕의 자리를 향한 싸움은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수레처럼—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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