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여검星天女劍 11화

( SF 무협 판타지 ) 연화의 과거


창과 검이 부딪혔다.


금석교명金石交鳴.


소리는 공기를 찢었고, 충격은 뼈를 타고 퍼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격돌에서—


하연의 팔이 밀렸다.


연화의 창은 맹수의 척추처럼 곧았다.

직선. 무자비. 일말의 유예도 없는 살선殺線

일도양단一刀兩斷을 전제로 한 궤적.

피할 여지도, 흘릴 틈도 없었다.

하연은 반보半步 물러섰다.

찰나의 후퇴. 그러나 그 한 걸음이 생사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그 순간—


연화의 입가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하연은 깨달았다.


‘이 여자는…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마치 살겠다고 필사적으로 벌버둥 치는 것 같아!!'



연화는

지금도 살아남아 가고 있었다. 이때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하연이 연화의 공격을 다시 검으로 받아내는 순간,

두 무기의 기세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강기剛氣가 튀고, 내력이 폭발했다.


그 찰나, 연화의 눈동자가 스쳤다.


흙바닥.


차가운 진흙 위에서 눈을 뜨던 아이의 시선.

연화는 처음부터 백호의 선택을 받은 아이가 아니었다.

천선天選이 아니라, 잔존殘存이었다.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 가운데서

끝까지 숨이 붙어 있던 존재.


“큭—!”

현실이 되돌아왔다.


하연의 어깨가 그만 갈려 버렸다.

연화의 창끝이 비스듬히 스치며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터졌다.


비와 피가 혼재되어

땅으로 흩어졌다.


연화는 그 색을 내려다보며


아주 잠깐—

여섯 살의 밤을 떠올렸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고,

눈이 오면 숨이 막히던 경주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폐촌(廢村).

이름은 없고,

번호만 있던 곳.

연화는 열셋이었다.

왜 번호로 부르는지 연화는 알 수 없었다.


“울면 죽는다.”


그 말을 배운 날,

처음으로 울음을 삼켰다.


울음은 약자의 증표.

약자는 곧 먹이.


하연의 검이 아래에서 치솟았다.

지천地天을 가르는 반월半月의 궤적.


연화는 허리를 틀어 피했다.

신법身法이 바람처럼 미끄러졌다.

발끝이 땅을 스치며, 몸이 비스듬히 회전했다.

창을 회전시키며 즉각 반격.

호랑이가 발톱을 세우듯,

백호의 기운이 창끝에 응집됐다.

살기殺氣가 실체를 얻었다.

그 기운 속에서

또 다른 장면이 겹쳤다.


아이들이 서로의 음식을 훔치던 밤.

잠든 아이의 숨을 막던 손.

칼이 없던 밤,

돌이 머리를 깨던 소리.


연화가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검과 창이 다시 엇갈렸다.

전광석화電光石火.

하연은 이를 악물었다.

“네 창엔… 망설임이 없어. 크흑. 이 쌍년아 도대체 네 이름은 뭐야?"

하연은 이제서야 얼굴을 찡그리며 외쳤다.


연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을 더 낮췄다.

살의가 가라앉으며

궤적이 더욱 치명적으로 변했다.


산 위.


백호의 시험이 열리던 날.

노인의 음성.

“백호는 자비를 혐오한다.”

아이 셋이 끌려 나왔다.

그중 하나—

같은 동굴에서 잠을 잤고,

같은 물을 나눠 마셨던 아이.

노인의 질문.

“누가 살아남을 자인가.”

적막(寂寞).

그리고—

연화가 앞으로 나서던 한 걸음.


지금,

그 발걸음이 하연을 향해 이어졌다.


망설임 없음.


후회 없음.


창이 찔러왔다.


하연이 검으로 받아내며 밀어냈다.


팔이 저렸다.


내력이 뒤틀렸다.


연화의 등 뒤로


백호의 그림자가 겹쳐졌다.


그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던 순간.

끝까지 보지 않았던 이유.

창이 관통했고,

피가 흩어졌고—

그날 밤,


연화는 울지 않았다.

대신 이를 갈았다.

다시는 선택당하지 않겠다.

다시는 시험받지 않겠다.

내가 시험하는 쪽이 되겠다.

연화의 창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규(奎)의 살기.

누(婁)의 압력.

위(胃)의 집요함.

백호칠수가 중첩되며

공간이 눌렸다.

기세가 무게를 얻었다.

하연의 무릎이 잠시 꺾였다.

연화는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 미소는 연습된 것이 아니었다.

백전백승(百戰百勝)의 자만도 아니었다.

수백 번의 죽음 위에서

자연히 새겨진 곡선.


"내 이름은 연화야"


연화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여왕은 하나뿐.”


그 말은 도전이 아니었다.

연화가

평생 자신에게 되뇌어온

유언(遺言)이었다.


하연은 숨을 고르며

검을 다시 들었다.

이제야 알았다.

이 싸움은 승부가 아니다.


'제기랄 저 머리 뻘건 미친년을 꺽어야 우리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어.'


하연은 다시 심호흡을 하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연화도 그 뒤를 따랐다.


천양지차天壤之差의 신념과

혈해심연血海深淵의 생존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두 여자는

아직—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계속)


▪︎부록 :

아래는 AI로 하연의 동영상을 만들어본 것 입니다. ^^

뒤에 글짜가 깨졌네요..어렵게 만들어서 그냥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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