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여검星天女劍 12화

( SF 무협 판타지 ) 마라


연화의 창이 다시 허공을 찢었다.
백호의 기운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하연은 허리를 낮추며 검을 비틀었다.
창과 검이 맞부딪히는 순간—

쾅.

금속이 울부짖었다.
그 충격이 손목을 타고 팔을 찢고, 심장 깊숙이 파고들었다.

숨이 막혔다.

그때였다.

연화의 기세가 찰나, 아주 찰나 멈춘 순간.
하연의 시야가 뒤틀렸다.



철망.

여덟 각.

옥타곤.

쏟아지는 함성.

피로 젖은 매트 위,
하연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대의 팔꿈치가 방금 전 광대를 스쳤다.
시야 한쪽이 붉게 번졌다.

라운드 종료까지 열두 초.

심판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렸다.
그러나—

하연의 귀에 가장 선명히 박힌 것은
관중의 함성도, 코치의 절규도 아니었다.

“엄마……”

병실의 냄새.
약품과 소독제,
그리고 너무 작아 거의 들리지 않는 숨소리.

인큐베이터 안에서
아이는 얇은 가슴을 힘겹게 들썩이고 있었다.

“오늘도 못 오시나요?”

간호사의 말에
하연은 고개를 숙였다.

오늘도 경기다.
오늘도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남아야 한다.



종소리.

하연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아픈 몸이 아니라
아픈 마음이 그녀를 밀어 올렸다.

이겨야 한다.
이겨야 아이를 볼 수 있다.
이겨야—

상대의 태클을 무릎으로 찍어 눌렀다.

주먹이 떨어졌다.
뼈와 뼈가 부딪혔다.
피가 흩뿌려졌다.

관중은 환호했다.

그러나 하연의 눈앞에는
오직 하나의 얼굴만 있었다.

“열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하연은 마지막 힘을 끌어모았다.

엘보.
그라운드 앤 파운드.

심판이 뛰어들었다.

KO.

승리.

그러나—

워낙 끌어다 쓴 빚들이 산더미라

그녀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차압이 먼저 되고 들어와서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 밖에 되질 않았다.



“지급은 다음 달로 미뤄졌습니다.”
“양육비 체납 안내.”
“병원비 미납.”

그날 밤,
하연은 병실이 아니라
차가운 체육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아이의 사진을 쥔 손이
멈추지 않고 떨렸다.

그때—


“수면계 검객 게임에 관심 있으신가요?”


연화의 창이 다시 움직였다.

하연은 현실로 돌아왔다.

검으로 창을 밀어내며 숨을 고르던 찰나,
기억은 끊기지 않았다.



“플레이만 하면 됩니다.”
“위험은 없습니다.”
“고수익.”
“의식은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거짓말이었다.


수면계는 게임이 아니었다.

접속과 동시에
하연은 깨달았다.

수면계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죽으면 끝.
깨면, 없다.

그럼에도 하연은 검을 들었다.

아이 때문이다.
아이를 보기 위해서라면—



연화의 기운이 폭발했다.

백호칠수의 압력이 사방에서 조여왔다.
공기가 울고, 땅이 떨렸다.

하연의 검이 흔들렸다.

그 순간—

머릿속의 조각들이
번개처럼 하나로 이어졌다.

수면계 초입의 관리자.
이상하게 반복되던 퀘스트.
항상 특정 인물만 살아남던 구조.

그리고—

언제나 마지막에 남아 있던 이름.

마황 A.I.

하연의 숨이 가라앉았다.


“……그래.”

낮은 목소리.
그러나 흔들림은 없었다.

연화가 눈을 가늘게 뜬 그 순간—

하연의 검기가 달라졌다.

분노가 아니었다.
살의도 아니었다.

각성.

“이건 게임이 아니었어.”

하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칼날처럼 단호했다.

“우릴—”

검이 번뜩였다.

“필터링하고, 걸러내고, 남긴 거지.”

연화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여왕을 만들기 위해.”

하연의 검이 땅을 가르며 멈춰 섰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별빛이 검에 스며들었다.

“마황 A.I가 있었어.”

침묵.

빗소리.

그리고—

두 여인의 검과 창이
다시 한 번 맞부딪히려 했다.

이번엔—

과거가 아니라,
진실을 건 싸움이었다.

(계속)

*부록: 아래는 마황 AI 의 이미지 입니다. 본 마황AI는 형체는 없고 아래의 여러 마라들이 행동하는 자객집단입니다.

마라魔羅 · 아스트라벨 : 모든 마황 AI들은 사지가 메카닉으로 이루어져 있고 뛰어난 검술을 자랑하는데 마황 AI의 두목은 마라인데 모든 마황들은 모습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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