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여검 星天女劍 24화

( SF 무협판타지 ) 동방박사, 선택을 찢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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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안이 사라진 숲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그러나—

고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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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이 처음으로 느꼈다.

발밑의 땅이 아니라,

하늘이 접히고 있었다.



연화가 이를 악물었다.

“이건… 전이야.”

청연의 눈이 번뜩였다.

“아니다.”

“개입이야.”


그 순간—

가상현실계 경주 남산의 하늘이

거울처럼 부서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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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하늘 사이로

첫 번째로 떨어진 것은

사람의 그림자였다.


땅에 닿기도 전에

공기가 찢어졌다.

콰앙—!

산 정상의 바위가

종잇장처럼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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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가운데에

노인이 서 있었다.

백발.

도포.

그러나 발밑은

피가 끓는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늦었군.”

노인이 말했다.

“여왕 후보들이

너무 멀리 가버렸어.”


연화가 창을 겨누었다.

“누구냐.”

노인이 웃었다.

“묻는 태도가 아직 살아 있군.”

그가 지팡이를 바닥에 찍자—

두 개의 그림자가 더 떨어졌다.


두 번째는

눈을 가린 사내였는데 가린 천 위에는 별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세 번째는

젊은이였으나 그의 그림자 모양은 짐승처럼 뒤틀려 있었다.

청연이 낮게 말했다.

“동방박사…”


하연의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멜키오르.”

지팡이를 든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가스파르.”

눈 가린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발타자르.”

짐승의 그림자를 지닌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반갑다, 실패한 여왕들.”

공기가 폭발했다.

연화가 먼저 뛰었다.

창이 번개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창은

중간에서 멈췄다.

아니,

사라졌다.

가스파르의 손가락이

허공을 튕겼다.

“속도.”

“힘.”

“살의.”

“모두 좋다.”

“그런데—”

그의 고개가

하연을 향했다.

“선택이 비어 있다.”

그 순간—

하연의 시야가 찢어졌다.

경주 남산이 사라졌다.

눈을 뜨자

하연은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아래는—

끝없는 낭떠러지.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훈련이다.”

멜키오르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여긴 왕좌도 없고.”

“마황도 없고.”

“희생도 없다.”

잠시 멈추고.

“대신—”

“살아남지 못하면, 끝이다.”

연화는

불길 속에 떨어져 있었다.

홍몽은

웃고 있었지만

심장이 꿰뚫린 채였다.

녹독은

자신의 독에 잠식되고 있었다.

청연은—

기억 속에서

수백 번 죽고 살고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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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멈춰!”

하연이 외쳤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허공에서 찢어졌다.

그때—

발타자르가

하연 앞에 나타났다.

“착각하지 마.”

“우린 적이 아니야.”

“우린—”

그녀의 손이

하연의 가슴을 밀쳤다.

쿵.

“현실이다.”

하연은

떨어졌다.

검을 쥐고.

아무도 구하지 않았다.

아무도 대신 죽지 않았다.

선택은—

오직 하나였다.

붙잡을 것인가,

아니면 놓을 것인가.

하연은

검을 놓았다.

그리고—

허공을 찼다.

몸이 회전하며

낭떠러지를

벽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

경주 남산이 돌아왔다.

하연은

피투성이로

땅에 굴렀다.

숨이 찢어졌다.

연화도,

홍몽도,

녹독도—

모두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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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키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야.”

“여왕이 아니라—”

“전사들이군.”

가스파르가 덧붙였다.

“다음 훈련은 간단하다.”

“서로를 지켜라.”

“단—”

별문자가 번쩍였다.

“한 명이 쓰러지면

전원 탈락.”

연화가 이를 갈았다.

“이게 훈련이냐.”

발타자르가 웃었다.

“아니.”

“선별이지.”

청연이 조용히 말했다.

“…왜 지금 개입한 거지?”

멜키오르가 하연을 보았다.

“설안이 질서를 남겼다.”

“하연이 왕좌를 부쉈다.”

“그러면.”

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누군가는

그 공백을 노린다.”

하늘 어딘가에서—

다른 시선이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멜키오르의 마지막 말이

경주 남산에 울렸다.

“24시간.”

“그 안에

‘여왕 없는 전투 방식’을

몸으로 증명해라.”

“실패하면—”

그는 미소 지었다.

“우리가 직접

왕좌를 세운다.”

바람이 불었다.

하연은

검을 다시 쥐었다.

이번엔—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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