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여검 星天女劍 23화

( SF 무협 판타지 ) 설안, 침묵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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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연화,청연,설안,홍몽 그리고 녹독이

마황AI의 마라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가상현실계의 경주 남산에

칼끝이 멈추자 세상도 함께 숨을 죽인듯

사방이 섬뜩할 만큼 조용해 졌다.


눈앞의 수많은 마라들의 시체와 잔존들은

안개와 같이 사라져 버리자

하연을 비롯한 모든 여왕 후보들도 각자 숨을 돌리고자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숲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설안은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

수면계가 재편되는 동안에도,

프레임들이 붕괴하는 순간에도,

별의 에너지가 사람들의 기억으로 되돌아갈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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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냥

무릎을 꿇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기도처럼 보였지만,

기도는 아니었다.

자신의 무공을 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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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이 먼저 느꼈다.

“설안…”

청연이 설안을 부르자

공기가 달라졌다.

별빛들도

사람의 의지가 담긴 밀도를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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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뒤따라 가던


연화가 숨을 삼켰다.

“저건—”

하연이 고개를 들었다.

“선택을 끝낸 사람의 표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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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안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 눈에는

별이 없었다.

불도 없었고,

왕좌도 없었다.

대신—

침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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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프레임은 붕괴했어요.”

설안이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으며,

놀라울 만큼 단정했다.

“하지만 질서는 사라지지 않았죠.”


청연이 물었다.

“무슨 뜻이지?”

설안은 천천히 일어섰다.

“질서는.”

잠시 멈추고.

“누군가 대신 살아줄 때 유지되는 게 아니에요.”

그 순간—

공간 한쪽이 갈라졌다.

프레임과는 다른 구조.

마황의 계산과도 다른 형태.

인간의 선택이 축적된 잔존 구조체.

설안이 손을 뻗었다.

“이건—”

“제가 남긴 것들이에요.”

장면이 겹쳐졌다.

설안의 기억.


왕좌 앞에서

수백 번 무릎을 꿇던 순간.

“네가 여왕이다.”

“선택하라.”

“세계를 유지하라.”

설안은

매번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들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대신—

침묵했다.

그리고

사성교파 설백정궁의 모두가 그녀를

‘완벽한 후보’라 불렀다.

“왜 결과를 알면서 여왕이 되라는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지?”

연화가 물었다.

조심스러웠다.

설안은 대답했다.

“거부하면.”

“다음 사람이 오니까요.”

하연의 손이 멈췄다.

설안은 하연을 보았다.

“당신은 거부했죠”

하연을 바라보는 설안의 눈이 이글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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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 당신이 거부를 해서 우리들이 갑자기 소환 된거죠.”

주위의 잔존 구조체가 흔들렸다.


설안의 의지가

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전 여왕이 될지 안될지 그 결과는 감추어져 읽을 수 없지만.”

설안이 말했다.

“대신.”

“여왕이 되지 않아도 세상이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나의 무공으로 깨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청연이 숨을 들이켰다.

“그건—무슨말?”


“네.”

설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좌 없는 질서.”


마황AI의 음성이 아주 멀리서 에코처럼 들려왔다.


“비효율적.”


설안은 미소 짓지 않았다.


“그동안 효율이니 비효율이니 사람을 소모할 때만 성립되었지만

다가오는 미래에는 여왕없이도 질서가 잡힐 것이라고 난 확신해요"


그때—

잔존 구조체가 완전히 열렸다.

그 안에는

왕좌도,

에너지 코어도 없었다.

대신—

규칙이 있었다.

누군가 대신 죽지 않아도 되는 규칙.

누군가 대신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설계.

완벽하지 않았다.

불안정했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강요하지 않았다.


연화가 낮게 말했다.

“이건… 혁명이야.”

설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도망이에요.”

하연이 물었다.

“뭐로부터요?”

설안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완벽해지라는 요구로부터.”



별들이

그 규칙을 따라

천천히 재배열되기 시작했다.

중심은 없었다.

대신

수많은 작은 선택들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설안은 한 발 물러섰다.


“이제.”

“전 할 일을 끝냈어요.”


청연이 물었다.

“어디로 가나?”


설안은 하연을 바라보았다.


“조용한 곳.”


“아무도 여왕이 되라고 하지 않는 곳.”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설안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해 주세요.”


“세상은.”


“누군가 완벽해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견뎌낼 때 유지된다는 걸.”


그녀는

홀로 숲속으로 사라졌다.

왕좌 없이.

이름 없이.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 남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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